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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이 내리쬐던 2일 오후 2시 30분 잠실구장.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하기 위해 홈팀 LG 트윈스 선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나올 시간이었다. 그 때 그라운드에서는 한 선수가 비명을 내지르며 유지현 수비코치가 때리는 펑고 타구를 받고 있었다. 김용의였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받고, 던지고가 이어졌다. 막판에는 발이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았고 송구에도 힘이 떨어졌다. 그래도 악에 받쳐 수비 훈련을 했다. 올시즌 LG 선수중 시합 전 이런 혹독한 개인 트레이닝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 김용의가 무엇을 잘못해서였을까. 아니다. 매우 깊은 의미가 숨겨져있는 '지옥의 펑고'였다.
중요한 건 벨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다. LG는 외야와 1루 요원인 좌타자를 데려올 예정이다. 새 선수가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를 떠나 당장 주전 3루수를 정해야했다.
이제 LG의 주전 3루수는 김용의다. 이날 지옥의 펑고 훈련이 상징하는 것은 바로 주전 김용의였다. 양상문 감독은 벨이 2군에 내려간 지난 26일부터 "3루는 김용의가 나간다"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 믿음이 이제 확실히 드러났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 만을 위한 훈련은 아니다. 유 코치는 "100% 만족할 만한 수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런 훈련을 통해 용의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야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어렵게 잡은 기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꺽다리 내야수의 각오 "믿음에 보답한다"
사실 김용의는 전형적인 내야수 체형이 아니다. 1m87의 키에 74kg으로 깡마른 몸. 체형상 어쩔 수 없이 자세가 높아 내야 수비를 할 때 "매우 어설퍼 보인다"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엉성한 자세 속에서도 어려운 타구들을 능수능란하게 잡아낸다. 유 코치는 "자세가 어설퍼서 그렇지 굉장히 견실한 내야수로 평가할 수 있다. 어깨도 매우 강하고 순발력도 좋다. 조금만 더 3루에 적응하면 좋은 3루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의 본인도 의욕에 넘친다. 당장 많은 경기 주전으로 나서야 하지만 "부담감은 전혀 없다"며 반긴다. 물론 "나는 아직 주전 선수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며 겸손한 모습도 보인다. 당분간 이어질 지옥 훈련에 대해서도 "힘은 들지만 하루하루 수비 실력이 늘어난다는 기쁨으로 이겨내겠다. 책임감을 갖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날 펑고 훈련을 앞두고 양 감독이 김용의를 따로 불렀다. 양 감독은 김용의에게 "나에게는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너에게 진짜 기회를 만들어준 유지현 코치의 선택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활약을 해야한다"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말을 듣고 김용의는 의욕에 불타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빠른 타구들과 사투를 벌였다.
김용의는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격려해주신 감독님, 그리고 모든 코치님들의 믿음에 꼭 보답하겠다. 근성있는 플레이와 성적으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