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산산조각 나는 방망이, 왜 이럴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7-03 11:24


10일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삼성 박석민이 7회 넥센 소사의 볼에 방망이가 부러지며 내야 땅볼로 물러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6.10

넥센 히어로즈 박동원은 지난 1일 목동 넥센전 8회 타석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대성을 상대했는데 자신의 방망이가 산산조각 나면서 그 파편이 얼굴로 날아왔다. 결과적으로 투수 앞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박동원의 콧등에선 피가 흘렀다. 큰일 날 뻔한 장면이다. 만약 파편이 눈으로 향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요즘 국내야구에서 이 처럼 방망이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지는 경우가 잦다. 배트가 부러지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잦고 심하게 박살난다는 것이다. TV 중계를 보거나 경기장을 찾을 경우 내야수들이 부러져 날아오는 방망이를 피할 때가 종종 있다. 현직 지도자들은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할 때보다 이런 빈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메이저리그에서도 2008년 단풍나무 배트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타격 코치(댄 롱)가 덕아웃에 있다가 부러진 단풍나무 배트에 얼굴을 맞았다. 한 여성 팬이 토드 헬턴(당시 콜로라도 로키스)의 부러진 방망이에 얼굴을 맞아 턱뼈를 다치기도 했다. 주심이 단풍나무 배트 조각에 이마를 맞고 후송된 일까지 있었다. 사고가 빈번하자 미국 야구계는 단
2014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NC 손시헌이 1회 두산 선발 볼스테드의 강속구에 방망이가 부러지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06.12/
풍나무 배트의 위험성을 조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후 지금도 단풍나무 방망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단풍나무 배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배리 본즈(은퇴)가 단풍나무 방망이로 홈런 역사에 한 줄을 그으면서 선수들이 서로 찾았다.

과거 1980~1990년대 국내야구를 경험했던 선수들은 다수가 물푸레나무로 만든 배트를 썼다. 이 물푸레나무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새롭게 등장한 단풍나무의 물량 공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선수 생활을 한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물푸레나무 배트를 사용했었다. 금이 가거나 두 동강이가 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요즘 처럼 배트가 파편이 생길 정도로 부서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흥식 코치는 "요즘 선수들은 단풍나무 배트를 선호한다. 이 배트는 단단하고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요즘 선수들이 과거 우리 처럼 무거운 배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윙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한 일환이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덩치가 큰 편이 아니었지만 920g짜리 배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요즘 국내 선수 중에는 900g 이상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 800g대 중후반 배트를 사용한다. 손잡이 부분도 과거에 비해 가늘어졌다.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풍나무 배트가 물푸레나무 배트 보다 부러질 경우 더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경향이 강하다. 200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타자들이 홈구장에서 111개의 배트를 부러트렸는데 88개가 단풍나무 재질이었다고 한다. 많이 사용하니까 더 높은 비율로 나왔을 수도 있다.


21일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두산 오현택과 KIA 김병현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KIA 1회 선두타자 김주찬이 방망이가 부러지면서도 안타를 날리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6.21

선수들 사이에선 단풍나무 배트가 더 단단하고 반발력이 좋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국내와 미국 그리고 일본 제조업체 배트가 사용되고 있다. KBO가 공인한 배트가 국내 23개, 미국 11개, 일본 8개로 총 42개다. 한 자루당 가격대는 국내 제작 배트는 12만~18만원, 수입 배트는 15만~30만원 정도다. A급 유명 선수는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사용한다. 선수별 취향에 맞게 주문해서 제작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수입 배트 중 일부가 A급 배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장효조나 이만수 같은 타격의 달인들은 방망이를 애지중지하기로 유명했다. 집에 배트를 보관하는 방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빨래 걸듯이 별도의 설치대도 있었다. 나무 배트는 습도 변화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타자가 알고 있는 방망이의 무게와 날씨에 따라 실제 무게가 다를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기름을 살짝 발라서 보관하기도 했다. 야구장으로 출근할 때 배트를 무게를 달아보고 그날 쓸 방망이를 골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만큼 과거에는 좋은 방망이가 귀했고 그러면서 더욱 소중하게 다루는 선수가 많았다.

요즘은 프로야구 초창기 보다 방망이가 흔하다. 요즘 구단들은 매년 선수들에게 배트 쿠폰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타자에게 배트는 군인에게 총과 같다. 그렇게 때문에 좋은 배트, 자기에게 맞는 배트를 구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그 방망이 때문에 동료 선수나 팬, 심판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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