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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발-백업포수 통해 본 LG 리빌딩과 성적의 갈등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7-02 12:22 | 최종수정 2014-07-02 12:22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대0으로 신승한 뒤 "이런 경기가 쌓일수록 LG는 강팀이 될 수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빙의 승부에서, 그 고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더해진다는 것은 분명 강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쌓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강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팀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올시즌 성적을 포기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현재 직면해있는 두 가지 숙제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 그래야 강팀다운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 강팀과 약팀의 차이,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니다. 별 것 아닌 듯한 포지션 하나의 경기력 차이가 팀 전력과 승패를 가른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숙제는 리빌딩과 성적 속에서의 갈등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5선발, 팀의 미래냐 현실이냐

LG의 현 5선발은 임정우다. 그런데 성적이 신통치 않다. 승리 없이 5패다. 6월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부진했다. 단순 성적이 중요한게 아니다. 앞으로도 180도 달라진 반전 투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직구 구속은 140km가 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위기를 맞으면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노출한다는 것이다. 제구가 많이 흔들리며 어려운 승부를 한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도망가는 피칭을 한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임정우에게 선발로 기회를 더 주겠다"고 한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양 감독은 "정우가 이렇게 경험을 쌓아야 내년에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감독으로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LG는 현재 리오단-류제국-티포드-우규민의 4선발 체제가 공고히 갖춰졌다. 선발진이 안정돼 연승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5선발 자리에서 항상 막힌다. 상승 분위기를 타 상위팀들을 추격해야 하는 시점에 5선발 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치명타다.

대체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좌완 신재웅이 최근 위력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양 감독도 스스로 "신재웅을 생각하면 욕심이 난다"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양 감독은 일단 임정우의 미래, 그리고 왼손 불펜진을 탄탄하게 하기 위한 선택으로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순한 백업 포수로는 힘들다

LG 포수진은 현재 주전 최경철, 백업 김재민 라인으로 구성돼있다.


보통 프로구단들의 포수 구성을 보면 시즌을 거의 풀로 뛰는 주전급 포수와 이를 받치는 백업 포수, 아니면 적당한 수의 경기를 나눠 뛰는 2명의 포수를 보유하는 2개의 시스템으로 갈려있다. 강민호를 데리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전자의 예일 것이고, 이지영과 이흥련의 투톱 체제를 이루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가 후자다.

LG는 최경철이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출전 경기수가 늘어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신인급인 김재민에게 게임을 맡기기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김재민은 현재 경기 후반 어쩔 수 없을 때 1~2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포수 운용이 LG에 독이될 수 있다. 최경철은 35세로 나이가 많다. 여기에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을 올해가 처음이다. 지금은 투혼을 발휘해주고 있지만, 무더운 여름철 분명히 탈이 날 수 있다.

하지만 LG는 최경철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1일 한화전. 0-0이던 8회말 1사 상황서 최경철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1점이 급한 상황. 발이 느린 최경철을 대신해 대주자 투입을 고려해볼 만 했다. 하지만 LG 덕아웃은 주자를 바꾸지 않았다. 만약, 점수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김재민이 마스크를 쓰면 덕아웃이 불안하다는 것을 노출하는 것이다. 이날 경기 뿐 아니었다. 최근 LG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다.

최경철의 체력도 체력이지만, 김재민의 자신감도 떨어진다. 선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책임감을 부여하고 기회를 줘야한다. 하지만 김재민에게는 기회가 없다.

그렇다면 아예 검증된 포수를 1군에 데려다 쓰는게 낫다. 윤요섭, 현재윤, 조윤준이 있다. 물론, 부상과 부진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오랜시간 주전급 포수들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재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밖에 설명이 안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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