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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은 시즌 초반 완벽한 '에이스 모드'다.
유희관의 투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투구판을 밟는 위치다.
보통 우완투수는 1루쪽 끝, 좌완투수는 3루쪽 끝의 투구판을 밟고 던지는 경우가 많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의 각도를 넓히기 위해서다. 좌완투수의 경우, 오른쪽 타자를 만났을 때 1루쪽 끝의 투구판을 밟고 던지면, 몸쪽의 스트라이크존 통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타자의 몸쪽을 깊숙히 찌르면, 릴리스 포인트에서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의 궤적이 대각선을 이룬다. 때문에 결국 포수 미트에 도달하는 지점이 타자 몸쪽을 더욱 깊숙히 찔러도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 바깥쪽은 공의 궤적이 일직선을 이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확실한 코너워크가 가능해진다.
유희관의 주무기인 싱커 때문이었다. 싱커는 우타자 가운데서 바깥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구종이다.
유희관은 "1루쪽 끝을 밟고 던지면 싱커가 오른손 타자 바깥에서 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타자들이 속지 않는다. 하지만 중앙을 밟고 던지면 가운데서 바깥으로 떨어지면서 유인하기에 최적화된 궤적을 형성한다"고 했다.
물론 유희관의 또 다른 무기인 몸쪽 패스트볼의 스트라이크 확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희관 싱커의 가장 위력적인 부분은 패스트볼과 똑같은 궤적으로 오다가 바깥으로 살짝 꺾인다는 점. 싱커가 유인구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몸쪽 패스트볼의 위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유희관의 투구판 변경은 손해보다 이득이 훨씬 많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