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마이너리그행도 감수한 윤석민의 '무한도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2-19 10:37


볼티모어가 홈페이지를 통해 윤석민의 입단을 공식발표했다. 볼티모어 홈페이지 캡쳐

꿈의 종착지를 향한 여정이 늘 포장도로나 꽃길로 이뤄질 수는 없다. 때로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가야하고, 가시밭길도 헤쳐나가야 한다. 그게 싫다면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머무를수록 애초에 품었던 꿈은 사라져간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무모해보이는 도전도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사진출처=윤석민 트위터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입단한 윤석민(28)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힘겨운 도전을 선택했다. 마이너리그행도 감수한 선택이다. 19일(한국시각) 볼티모어 공식 입단식을 가진 윤석민은 "2년전 포스팅 자격을 었었을 때부터 FA가 된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던지겠다는 목표는 한결같았다"며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경쟁하는 기회를 갖는게 중요했다"고 볼티모어에 입단하기까지의 심경을 전했다.

이미 공개된대로 윤석민의 계약 조건은 3년간 보장액 575만5000달러(약 61억원)에 인센티브 충족시 1325만5000달러(약 141억원)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 선'에 따르면 윤석민의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계약 첫 해부터가 아니라 2015년부터 적용된다. 윤석민 역시 한 온라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밝혔다.

이는 윤석민이 올해 상당히 가혹한 경쟁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윤석민의 보장연봉은 75만달러밖에 안된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횟수 등의 인센티브 조항이 충족되면 최대 125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윤석민이 인센티브 조항을 충족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스프링캠프 진행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윤석민이 시즌 초를 마이너리그에서 보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볼티모어에는 선발진에 자리가 없다. 기존의 1~4선발진이 건재한데다, 거물 FA 선발투수인 우발도 히메네즈마저 합류했다. 때문에 윤석민이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하려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의 경쟁을 통해 기존 5명의 선발 투수 중 한 명을 제쳐야 한다. 또는 기존 선발진 중에 누군가 부상을 당하게되면 선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들은 윤석민이 불펜투수로 뛰게될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 역시 "윤석민의 보직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로 알고 있다"며 불펜 기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배경을 고려했을 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우선 윤석민이 스프링캠프를 부상없이 마친다. 그러면 시범경기에서는 불펜은 물론 선발로도 출격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윤석민은 베일에 가려진 선수다. 볼티모어 입장에서는 부담없는 시범경기 여러 상황에 투입해보는 게 이득이다. 여기서 불펜은 물론, 선발로도 합격점을 얻는다면 윤석민은 스윙맨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있다. 만약 시범경기에서 기존 선발진보다 월등히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식으로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이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윤석민이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 아프거나 부진한 투구를 할 경우에는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또는 FA 계약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해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시켰다가 불펜에서 부진이 이어질 경우에 시즌 초반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가능성도 있다. 윤석민에게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기 때문에 구단이 이런 결정을 한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구위가 나아질 경우'를 전제하고 기약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건 이미 윤석민도 충분히 고려해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2년차부터 적용받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무대를 향한 꿈이 컸기 때문이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마이너리그행은 얼마든지 겪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또 그 시련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
윤석민은 한국에 남았다면 '100억 FA'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실제로 딜을 제시한 국내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민은 다시 프로 초년생의 입장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건 철모르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용기있는 '무한도전'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