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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은 결국 삼성의 사상 최초 통합 3연패를 선택했던 걸까. '신의 손'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장면 하나가 삼성에 승기를 안겼다.
상황은 이랬다. 2-2로 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정병곤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배영섭이 스리번트 실패로 아웃됐지만, 박한이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 1사 2, 3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두산 벤치는 타격감이 좋은 채태인을 고의4구로 거르고 만루작전을 펼쳤다. 내야 땅볼만 유도할 수 있다면 1점도 안 준채 이닝을 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타석에 삼성 4번 최형우가 들어섰다. 두산의 마운드를 지키던 핸킨스는 볼카운트 0B1S에서 결국 3루수 앞으로 가는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다. 3루수 이원석이 잡아 편안하게 홈으로 던졌다. 포스 아웃 상황이라 굳이 주자를 태그하지 않아도 아웃을 시킬 수 있다. 두산 포수 양의지가 공만 먼저 잡으면 된다. 만루작전이 성공하는 듯 했다.
결국 이로 인해 3루주자 정병곤 뿐만 아니라 2루주자 박한이까지 홈을 밟아 4-2를 만들었다. 삼성은 이어진 1사 2, 3루에서 박석민의 2타점 중전 적시타가 나오며 6-2로 달아났고, 2사 3루에서는 김태완마저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쳐 7-2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만약 이원석이 던진 공이 정병곤의 손에 맞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선 홈에서 정병곤은 무조건 아웃됐을 것이다. 또 발이 느린 최형우를 1루에서 잡을 가능성도 있었다. 최형우가 살았더라도 2사가 되니 대량 실점을 할 가능성은 적었다. 이원석과 양의지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수비를 했더라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한편으로는 정병곤이 무의식적으로 펼친 팔에 공이 맞은 이 결정적 순간, '야구의 신'이 만들어낸 명장면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