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 끝내기 상황에서 나오는 대주자. 이런 선수 기용이 홈을 파고들기 위한 결정이 아닐 때가 있다. 이 때 등장하는 대주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필자가 이 장면을 떠올린 이유는 한국시리즈 2차전의 한 장면 때문이다 . 1-1로 맞선 10회말. 삼성은 1사 1,3루의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이 때 삼성은 1루 주자인 최형우 대신에 강명구를 기용했다. 타석에는 채태인. 필자는 1루 주자 강명구의 역할은 위에 거론한 야쿠르트 처럼 내야땅볼이 됐을 경우 2루 포스아웃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강명구가 채태인의 초구 때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1사 2,3루가 됐고, 두산 배터리는 채태인과 승부를 하지 않고 고의4구로 만루작전을 선택했다. 1사 만루에서 삼성은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뽑지 못하고 이닝을 마쳤다.
강명구의 기용은 도루를 해도 괜찮고, 1사 2,3루가 됐을 때 채태인의 타구에 따라 3루 주자가 죽어도 이승엽 타석 때 한 번 더 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도였다.
그러면 강명구는 자기 역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는 "코치님(김태균 1루 베이스 코치)이 '가라"는 지시를 했어요"라고 했다. 김태균 코치도 "100%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선스와 코치간의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고의4구를 유발한 강명구의 도루는 불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한 삼성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강명구가 뛰었을 때 두산 포수 최재훈이 악송구를 하면 그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들 수도 있었다. 그걸 감안한다면 뛰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대주자 기용과 도루 시도에 관한 정답은 없어 보인다. 팽팽한 승부에서 일어나는 작전과 선수기용. 이것이 야구의 묘미이고, 한국시리즈는 이런 다양한 생각이 오가는 최고의 무대라고 느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