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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은 올시즌 내내 "우리 팀에는 주전이 없다"며 치열한 경쟁을 강조했다. 그런 김 감독이 딱 한 명의 선수를 지목해서는 "이 선수가 우리 팀의 주전"이라고 못을 박는다. 그 영광을 차지한 선수는 팀의 주장 이병규(9번)도 아니고, 간판스타 박용택도 아니다. LG의 유일한 주전 야수는 2루수 손주인이다.
그런 손주인에게 LG행은 새로운 기회가 됐다. 손주인은 "만약 내가 삼성에 남았더라면 또 백업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 팀에 오면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하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코칭스태프에게 어필하기 위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차지한 주전자리. 손주인에게는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내년엔 박경수도 돌아오고 신인들도 들어온다. 또 경쟁의 시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손주인은 수비형 선수로 널리 알려져있다. 하지만 올시즌 매서운 스윙으로 타격에서도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주로 2번-7번-9번 자리를 오가며 26일 현재 타율 2할6푼9리 3홈런 4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통산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이 2009년 44안타였는데, 올해는 벌써 89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특히 후반기 감이 좋았다. 손주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방망이를 잘 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손주인은 "스프링캠프에서 김무관 타격코치님과 (박)용택이 형이 '너 이렇게 잘치는데 지금까지 뭐했던거냐'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덕분에 올시즌 조금은 괜찮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손주인의 올시즌 타격 테마는 밀어치기다. 안타 대부분이 우익수쪽을 향한다. 손주인은 이에 대해 "타격코치님께서 '네 스윙 궤적은 밀어쳐야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다'고 항상 말씀해주셔서 가슴에 새기고 타석에 들어선다. 또, 경기 상황에 맞게 팀 플레이를 하기 위한 스윙을 하다보니 밀어치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래알 LG? 전혀 사실무근"
손주인을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LG의 팀 분위기였다. 손주인은 "밖에서 볼 때 LG는 개인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있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LG 유니폼을 입고나서는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항간의 소문들은 전혀 사실무근이었다는 것이다. 손주인은 "그 어느 팀보다 선수들이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 내 개인이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팀 분위기 속에서 LG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손주인은 '올해 LG의 돌풍에는 손주인 효과가 컸다'는 야구인들의 평가가 있다고 하자 손을 내저으며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 젊은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발돋움해 잘해줬기 때문에 팀이 강해질 수 있었다"면서 모든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