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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의 재치있는 '주마가편' 지휘법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20:43 | 최종수정 2013-09-27 06:09


24일 인천문학구장에서 프로야구 SK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2회 2사 2,3루에서 삼성 정형식의 적시타 때 득점에 성공한 김태완이 류중일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9.24



삼성 선수들은 앞으로 선두라고, 포스트시즌 확정팀이라고 대충 뛰었다가는 혼쭐이 날 것 같다.

강팀이라는 명성은 잊어버리고 발에 땀이 나도록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간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류 감독은 26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향해 느닷없이 "야구 경기를 보다가 가장 꼴불견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 꼴불견은 전력을 다해 뛰지 않는 선수라고 말했다. 내야 땅볼이나 플라이를 친 뒤 미리 아웃될 것을 짐작하고 전력 질주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류 감독은 최근에 있었던 김한수, 김재걸 코치와의 식사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류 감독은 TV 중계를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의 경기를 봤단다.

그가 이 경기를 보면서 인상깊게 발견한 것은 애틀랜타 타자 1번부터 9번까지 한결같이 어떤 타구를 치더라도 1루를 향해 죽도록 뛰는 모습이었다.

류 감독은 두 코치와 식사를 하던 중 "요즘 애틀랜타가 몇 위를 하고 있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코치들로부터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로소 류 감독은 그날 애틀랜타전 TV 중계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전달했다. 단순히 시청 소감을 말한 게 아니었다. '삼성 선수들도 시즌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풀리지 말고 애틀랜타를 본받도록 하라'는 간접적인 지시였다.

류 감독은 "코치들이 눈치가 있으면 선수들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며 "나는 미리 아웃됐다고 생각하고 대충 뛰는 선수가 가장 보기 싫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가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아니라 경기력에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류 감독은 "수비수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타구에도 죽어라 뛰는 선수를 보면 위압감을 느낀다. 반면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보면 부담이 없어진다"면서 "수비수가 서두르다가 폭투를 하거나 판단 미스를 하는 등 어떤 실책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지레 짐작으로 열심히 뛰지 않는 것은 선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력 측면에서 볼 때 실책 유도를 위해서라도 전력 질주를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각 팀마다 이런 내용들을 선수 행동수칙에 정해놓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성적이 괜찮다 싶으면 은근슬쩍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삼성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방심할까봐 경각심을 일깨운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류 감독은 주로 회자되는 '침뱉기', '욕설하기' 등 꼴불견에 대해서는 익살스러운 논리로 변호했다.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쏟아져내린 땀이 자꾸 입안으로 들어가거나 슬라이딩으로 흙먼지를 섭취(?)하면 침을 뱉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끔 욕하는 입모양이 포착되는 것도 특정 상대에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화가 나서 무심코 혼자 내뱉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말못할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방송 카메라가 이런 모습을 부각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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