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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발렌틴과 임창용을 발굴한 한 사람의 눈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9-17 08:37


지난 15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쳤다. 201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발렌틴은 올해가 일본 프로야구 3년째. 발렌틴의 성공 뒤에는 선수의 능력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야쿠르트 프런트가 있었다. 2010년 트리플 A에서 뛰고 있던 발렌틴을 발굴한 오쿠무라 마사유키 야쿠루트 국제부 차장(46)이 주인공이다.

영어가 능통한 오쿠무라 차장은 1995년 LA 다저스에서 노모 히데오의 통역을 맡았다. 그 후 일본으로 돌아와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해외 스카우트가 됐고, 2004년부터 야쿠르트의 국제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좋은 선수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오쿠무라 차장. 선수를 볼 때 그가 플레이 모습 외에 주목하는 게 있다. "선수가 야구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체크를 시작합니다. 훈련 태도와 팬을 대하는 모습, 무엇보다 야구를 진지하게 즐기고 있는 지를 확인합니다."

오쿠무라 차장은 발렌틴의 어떤 점을 체크했을까. "발렌틴은 팀 동료가 실수를 했을 때 덕아웃에서 그 걸 질책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고 일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2010년에 발렌틴을 주목한 구단은 야쿠르트 뿐만이 아니었다. 삼성도 발렌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삼성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타자를 찾고 있었는데, 두 명의 후보 중 하나가 발렌틴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때 발렌틴이 아닌 라이온 가코를 뽑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463경기에 출전해 55홈런 255타점을 기록한 가코, 170경기에 나서 15홈런 52타점을 기록한 발렌틴. 삼성은 메이저리그 성적이 더 좋은 가코를 선택했지만, 이후 둘의 야구인생은 완전히 달랐다. 2011년 삼성에 입단한 가코는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을 기록하고 시즌 도중 퇴출됐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더블 A에서 뛰었다. 반면 발렌틴은 일본에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49년 만에 신기록을 수립하며 영웅이 됐다.

오쿠무라 차장은 2008년 임창용(현 시카고 컵스)을 야쿠르트에 영입하기도 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06년 가을에 복귀한 임창용. 2007년 한국에서 임창용을 지켜본 오쿠무라 차장은 "마운드에서 덕아웃으로 돌아갈 때 기운이 없어 보였습니다. 선발로 등판해 투구내용과 상관없이 초반 교체되거나, 중간계투로 뛰었는데, 맞지 않는 보직을 맡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임창용에게 맞는 역할을 주면 책임감을 갖고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8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임창용은 5년 간 128세이브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프로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모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선수의 성공 뒤에는 이런 만남과 인연이 있다. 발렌틴과 임창용처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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