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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더 밀려나면 가을잔치 어렵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7-28 12:10 | 최종수정 2013-07-28 12:10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30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에 10대1로 패하며 스윕과 함께 4연패에 빠진 KIA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30/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KIA의 입지가 벼랑끝까지 몰린 형국이다. 한국시리즈보다도 이제는 4강 진출 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 '불가능'을 말할 때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뒤로 밀려날 경우, KIA의 가을잔치는 올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전반기를 5위(36승32패2무)로 마감했던 KIA는 후반기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었다. 올스타 휴식기를 통해 지치고 몸이 아픈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특히 전반기 막판 에이스 윤석민이 제 기량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후반기의 역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막상 후반기 뚜껑이 열린 뒤 나타나고 있는 KIA의 전력은 상당히 기대에 못 미친다. 불안한 불펜에 엇박자를 내고 있는 타선이 점점 비극을 현실화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LG-NC와 치른 원정 5경기에서 고작 1승4패 밖에 거두지 못했는데, 특히 4번의 패배 가운데 NC에 당한 2차례 패전은 모두 역전패였다. 이 점이 오히려 더 큰 데미지를 남긴 모양새다.

전력 차체가 뒤지거나 아예 경기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당해 계속 끌려갔다면 패배를 큰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다 이겨놓은 그리고 절대적으로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치게 되면 팀이 받는 데미지는 엄청나다. 26일과 27일의 NC전 패배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SK 와이번즈와 KIA 타이거스의 2013프로야구 경기가 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김진우가 8회말 1사 3루 조동화 타석때 폭투로 1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02/
26일 KIA는 1점차로 끌려가던 3회초 1사 만루에서 김선빈의 희생플라이와 안치홍의 상대 투수의 실책성 플레이에 편승한 내야안타로 3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안심할 수 있는 점수차는 아니지만, 분위기를 충분히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KIA 타선은 4회부터 9회 2사까지 단 1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하며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결국 KIA 마운드가 5회말 NC 이호준에게 역전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추가 득점실패의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더불어 이날 KIA는 9회 2사 후 대타 최희섭의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으로 다시 한번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9회말에 허무한 끝내기 안타로 결국 패전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의 볼배합도 아쉬움이 남는다. KIA 유동훈-차일목 배터리는 9회말 2사 2, 3루에서 모창민에게 3B를 던졌다. 거르고 다음 타자 조영훈을 상대하는 듯 했는데, 갑자기 전략이 '승부'로 바뀌었다.

절대적으로 투수에게 불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거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결국 3B1S에서 모창민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다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모창민이 경기 후 "거르는 줄 알았는데, 승부를 걸어오길래 직구를 노려쳤다"고 한 인터뷰는 그만큼 KIA 배터리가 상대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크게 밀린다는 것을 드러낸다.

27일 경기도 아쉬움이 크다. 4번타자 나지완의 연타석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결국 4회에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는데, 여기서도 고질적인 추가득점 실패-불펜 붕괴의 패턴이 나타나며 역전패를 자초했다. 특히 4-3의 리드를 하던 5회초 1사 만루에서 안치홍이 병살타를 치면서 추가점을 올리지 못한 장면이 뼈아팠다. 여기서 1~2점 정도만 추가했어도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위기 뒤에는 찬스가 온다'는 야구 격언을 입증하는 듯 NC는 바로 이어진 5회말 공격에서 나성범의 역전 2점 홈런이 터지며 전세를 다시 뒤집었다. 이 경기도 KIA의 역전패로 귀결됐다.


최근 KIA 선동열 감독은 '70승'을 4강 안정 승수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선 감독은 "67~68승으로는 아무래도 불안할 것 같다. 70승은 돼야 그나마 4강 안정권에 들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많은 시즌을 경험한 베테랑 감독의 분석이니 매우 설득력이 크다.

그런데 과연 KIA가 이 '70승'을 달성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냉정히 말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 27일 현재 KIA는 37승을 거두고 있는데, 잔여경기가 53경기 밖에 안된다. 산술적으로 남은 경기에서 33승20패를 해야 하는데, 승률로 따지면 무려 6할2푼3리나 된다. 물론 '불가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기적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KIA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 그리고 선수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잔여경기 6할2푼대의 승률은 상당히 어려울 듯 하다. KIA의 가을 잔치는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 과연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KIA 코칭스태프가 어떤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어갈 지 주목된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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