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KIA의 입지가 벼랑끝까지 몰린 형국이다. 한국시리즈보다도 이제는 4강 진출 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 '불가능'을 말할 때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뒤로 밀려날 경우, KIA의 가을잔치는 올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전력 차체가 뒤지거나 아예 경기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당해 계속 끌려갔다면 패배를 큰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다 이겨놓은 그리고 절대적으로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치게 되면 팀이 받는 데미지는 엄청나다. 26일과 27일의 NC전 패배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
더불어 이날 KIA는 9회 2사 후 대타 최희섭의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으로 다시 한번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9회말에 허무한 끝내기 안타로 결국 패전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의 볼배합도 아쉬움이 남는다. KIA 유동훈-차일목 배터리는 9회말 2사 2, 3루에서 모창민에게 3B를 던졌다. 거르고 다음 타자 조영훈을 상대하는 듯 했는데, 갑자기 전략이 '승부'로 바뀌었다.
27일 경기도 아쉬움이 크다. 4번타자 나지완의 연타석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결국 4회에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는데, 여기서도 고질적인 추가득점 실패-불펜 붕괴의 패턴이 나타나며 역전패를 자초했다. 특히 4-3의 리드를 하던 5회초 1사 만루에서 안치홍이 병살타를 치면서 추가점을 올리지 못한 장면이 뼈아팠다. 여기서 1~2점 정도만 추가했어도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위기 뒤에는 찬스가 온다'는 야구 격언을 입증하는 듯 NC는 바로 이어진 5회말 공격에서 나성범의 역전 2점 홈런이 터지며 전세를 다시 뒤집었다. 이 경기도 KIA의 역전패로 귀결됐다.
최근 KIA 선동열 감독은 '70승'을 4강 안정 승수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선 감독은 "67~68승으로는 아무래도 불안할 것 같다. 70승은 돼야 그나마 4강 안정권에 들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많은 시즌을 경험한 베테랑 감독의 분석이니 매우 설득력이 크다.
그런데 과연 KIA가 이 '70승'을 달성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냉정히 말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 27일 현재 KIA는 37승을 거두고 있는데, 잔여경기가 53경기 밖에 안된다. 산술적으로 남은 경기에서 33승20패를 해야 하는데, 승률로 따지면 무려 6할2푼3리나 된다. 물론 '불가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기적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KIA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 그리고 선수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잔여경기 6할2푼대의 승률은 상당히 어려울 듯 하다. KIA의 가을 잔치는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 과연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KIA 코칭스태프가 어떤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어갈 지 주목된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