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주말 야구-축구 잠실 인기대결 '후끈'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7-24 06:38


지난 6월 LG와 두산이 잠실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06.



"야구냐, 축구냐! 제대로 붙었다."

이번 주말 '잠실대전'을 놓고 야구-축구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7, 28일 한국 스포츠의 상징인 잠실에서 야구와 축구 경기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빅게임이다. 잠실구장에서 벌어지는 프로야구는 전통의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의 경기다. 바로 옆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2013 동아시안컵 A매치 한-일전이 열린다.

27일에는 동아시안컵 여자부 북한-중국전(오후 5시15분)에 이어 한국-일본전(오후 8시)이 열리고, 28일엔 남자부 호주-중국전(오후 5시15분)에 이어 한국-일본전(오후 8시)이 개최된다.

축구 A매치 한-일전은 역사적으로 잊을 수 없는 일본과의 감정으로 인해 최고의 빅매치다. 특히 아베 일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망언을 일삼는 등 급격하게 우경화로 치달으며 한국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고조시킨 상태라 관심이 더욱 크다.

잠실에서 프로야구와 A매치가 동시에 열리는 것은 2000년 5월 28일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양대 스포츠에서는 '거사'나 다름없다. 당시 축구는 유고와의 친선경기를 가졌고, 프로야구에서는 LG-한화전이 열렸다. 이에 앞서 같은해 4월 26일에는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숙명의 한-일 친선경기가, 잠실구장에서 두산-삼성전이 열린 바 있다.

13년 만에 돌아온 양대 스포츠의 간접대결을 두고 양측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야구-축구계 모두 흥행을 자신한다.


전통적으로 야구와 축구 팬들은 극명하게 갈려있다. 야구-축구가 비교되는 이슈가 생겼다 하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서로 '야빠', '축빠'라고 부르며 치열하게 대립할 정도다.

이들 팬은 시즌이 열리지 않는 겨울철에 농구나 배구로 잠깐 옮겨가는 경우는 있어도 축구와 야구를 동시에 즐기는 경우는 드물다. 어차피 야구장과 축구장을 찾아갈 팬은 나눠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잠실대전에서 과연 어느쪽이 많은 관중을 동원할지 관심사다. 어느쪽이 최고 인기 종목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축구계와 야구계 모두 흥행을 장담한다. 우선 축구계의 경우 한-일전이라는 특성 자체가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다고 믿는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시험무대 성격으로 치르는 것이 동아시안컵이다. 축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는 '홍명보 축구'가 궁금해서라도 많은 관중이 찾아올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전망이다.

야구계는 두산과 LG의 잠실더비도 결코 밀리지 않는 흥행카드라고 자신한다. 후반기 들어 첫 대결을 펼치는 두산과 LG는 나란히 4강에 든 가운데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한다.

두산, LG 모두 상승세라는 것도 공통점이어고 안정적인 4강 유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 프로야구 4경기 가운데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고 있다. 이번 두산-LG전의 입장권이 진작부터 동이 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00년의 사례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대한축구협회는 5월 유고전과 4월 일본전의 관중기록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공식 대회가 아닌 친선전인 데다, 문서 보존기간이 3년이어서 당시의 기록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날에 열렸던 프로야구의 경우 5월 28일 LG-한화전에는 1만5516명이, 4월 26일 두산-삼성전에는 1741명이 모였다. 2000년 5월 28일은 일요일, 4월 26일은 수요일이어서 관중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중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적은 관중이 모인 4월 26일에 바로 옆에서 축구 한-일전이 열렸다는 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실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잔디관리와 전력공급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잔디에서 서양잔디로 교체한 주경기장은 잔디 교체 이후 처음으로 축구경기를 치른다고 한다. 아직 새 잔디가 안착되지 않은 데다, 요 며칠새 장마전선으로 인해 너무 많은 비가 와서 1경기만 치르더라도 잔디가 패이는 등 그라운드가 엉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사업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업소는 매일 철야근무를 하며 잔디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야간경기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조명탑 가동용 전력소비가 크게 늘어날 게 불보듯 뻔하다. 사업소가 조명탑 가동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최고 전력소비량이 3500kw에서 5000kw까지 상승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전력설비가 잘 돼 있어서 과부하로 인한 정전 가능성은 없지만 양쪽에서 동시에 야간경기를 치르는데 1억원의 전기요금이 추가 발생한다. 사업소는 운동장 임대료만 받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사업소의 몫이 된다.

사업소 시설관리과의 권태섭 주무관은 "이번 주말에는 잠실종합운동장 단지내 다른 시설들의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고, 실내수영장도 조기에 문을 닫기로 하는 등 만반의 대비책을 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해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분산 개최키로 하면서 앞으로 이런 빅매치가 자주 열릴 것으로 안다"면서 "10여년 만에 처음 열리는 간접 대결이라 흥미로운 잠실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