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4승3패 평범한 성적이지만…우규민의 숨겨진 가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6-12 10:45 | 최종수정 2013-06-12 10:45



11경기 선발등판해 61⅓이닝 투구 4승3패 평균자책점 3.96. LG 잠수함 선발 우규민의 2013 시즌 성적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이 성적은 에이스 주키치의 성적표가 아닌, 시즌 전 선발로 뛸 수 있을까란 의구심까지 들었던 투수의 성적이다. 만약, 우규민이 없었다면 LG가 지금의 돌풍을 일으킬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년 연속 체력테스트 낙방, 본인이 만약 포기했으면…

사실 올시즌 우규민이 선발진에 정착해 활약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수준급 마무리 투수로 인정을 받았던 그다. 여기에 경찰청 군 복무후 지난 시즌 복귀해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선발 경험이 거의 없었던 투수가 올시즌을 앞두고 선발로의 보직 전환을 선언했다. 이 자체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스프링캠프 전 열린 체력테스트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허리통증 때문이라고 했지만 2년 연속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했으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눈에 색안경을 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낙심하지 않고 국내 진주 캠프에서 절치부심 시즌을 준비했다. 김기태 감독은 아무리 이름값이 있다고 해도 준비가 안된 선수에게는 절대 기회를 주지 않는 스타일. 그런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종료 직전 우규민을 호출했다. 훈련이 끝나가는 마당에 비행기 삯이 아깝다는 주변의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몸이 만들어지면 무조건 부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었다.

꾸준한 등판 만으로도 합격점

그렇게 선발 한자리를 꿰찼고, 3월 31일 열린 SK와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팀에 시즌 첫 승을 안겼다. 그렇게 이번 시즌 자신의 앞길에 청신호가 켜진 듯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즌을 돌이켜보면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클 것 같다.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 지난 4월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후 6경기에서 3패 만을 기록했다. 5월 던진 5경기는 모두 3실점 이상 한 적이 없었다. 3번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였다. 타자들이 우규민이 등판할 때 점수를 뽑아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규민 스스로도 반성할 부분이 있었다. 경기 초반은 항상 좋았지만 승리 투수 요건이 부여될 즈음인 4, 5, 6회 유독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노출했다. 무실점 혹은 1, 2실점으로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3실점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선발로서 풀타임 첫 해를 치르는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김기태 감독은 "우규민이 시즌 전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며 기뻐하고 있다. 팀에서 리즈(79⅓이닝) 다음으로 이닝 소화가 많은 투수다. 휴식 일정 등의 변수를 제외하고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시즌 에이스로 믿었던 주키치가 극심한 난조를 보이고 있다. 신정락도 최근 제 페이스를 찾은 모습. 류제국도 5월 중순이 넘어 돌아왔다. 본인은 11일 한화전 승리투수가 된 후 "길게 끌어줬어야 하는데 5이닝밖에 던지지 못해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정작 다른 선발투수들이 우규민에게 미안해야 할 처지다. 만약, 우규민이 개막 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켜주지 못했다면 LG는 현재 성적을 내고 있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선발 정착의 요건, 정교한 제구를 이용한 맞혀잡기

우규민은 시즌 초 "선발로서 상대 타자들을 맞혀잡는데 신경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언더핸드 투수로서는 빠른 140km대 초반의 직구를 갖고있지만 본인의 구위가 팀 동료 리즈처럼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있다. 특히,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서는 경기 중 체력안배도 필수적으로 해야한다. 마무리투수 때 처럼 1구, 1구에 혼신을 다하지는 못하지만 정확한 코너워크만 된다면 지금 유지하고 있는 구위만으로도 승산은 충분하다.

특히, 앞으로의 경기들이 더 기대된다. LG 야수들의 달라진 수비력 때문이다. 특히 센터라인의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가 날이 갈수록 안정감을 찾고있다. LG 내야는 오지환을 제외하고 1, 2, 3루 자리가 경쟁, 그리고 시프트 등의 영향으로 매 경기 다른 주인을 맞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 선수들이 견고한 수비력을 과시해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고 있다. 외야에서는 그동안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했던 정의윤이 있었지만 올시즌은 좌익수로 나서든, 우익수로 나서든 불안한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6월 들어 치른 2경기(5일 두산전, 11일 한화전)에서 야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승리를 한꺼번에 2개나 챙겼다.

마지막 남은 숙제는 체력 관리다. 풀타임 선발로서 첫 해이고,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7, 8월에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규민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선수다. 올해 초, 체력테스트 탈락을 통해 맛봤던 아픔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