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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이대호를 통해서 본 달라진 오릭스타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6-03 14:41 | 최종수정 2013-06-04 06:23


6월 2일 현재 24승25패1무, 퍼시픽리그 5위. 기록만 놓고 보면 오릭스의 상황이 안 좋아보이지만 최하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 시즌 4번 타자 이대호가 리그 타점왕을 차지했으나, 상위타선에서 득점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오릭스는 최근 10경기 중 5경기에서 1회에 점수를 뽑았다. 상위타선이 출루하면, 중심타선이 해결하는 이상적인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이대호에게 이 부분을 물어보니 "(1~2번 타자인)사카구치나 아다치의 상태가 아주 좋아요. 이들이 출루해 중심타선에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연승도 가능한 상황입니다"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오릭스 1~2번은 이대호가 말한 사카구치와 아다치, 그리고 야마모토, 후카에가 맡고 있다. 이들 모두 지난 시즌 이 시기에 없었던 선수들이다. 프로 11년차인 외야수인 사카구치는 팀의 중심선수지만 지난해 5월 17일 경기 중에 큰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프로 2년차인 유격수 아다치는 주전이었던 오비키가 니혼햄으로 이적하면서 올시즌 자리를 잡았다. 야마모토는 올해 요미우리에서 이적해 왔고, 프로 3년차인 후카에는 지난해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대호 앞에 나서는 3번 타자도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 시즌 주로 이대호 뒤에 나왔던 아롬 발디리스가 타격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달 초부터 3번으로 출전하고 있다. 이대호 다음인 5번에는 올해 니혼햄에서 이적한 이토이가 버티고 있다. 클린업 트리오 3명이 모두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일본 프로야구 12개구단 중 오릭스 뿐이다. 상대 투수들이 1번부터 5번까지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오릭스 타선이다. 이대호는 "3, 5번이 좋으니까 투수가 저에게도 승부를 해 좋아요"라며 긍정적인 효과를 이야기 했다.

팀 분위기도 지난해와 다르다. 젊고 실적이 없는 선수가 많은 오릭스는 큰 목소리를 내는 선수가 적고, 덕아웃은 조용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신감이 생긴 젊은 선수들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호의 홈런 세리머니에서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대호는 홈런을 치면 덕아웃 옆에 있는 TV 카메라에 키스를 날리는 포즈를 취하는데, 요즘에는 이 포즈에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저 혼자 했는데, 2호인가 3호 홈런을 때렸을 때부터 다들 같이 하러 나오고 있어요."

요즘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각 구단이 득점 때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유행이다. 한신의 포즈가 제일 유명하고, 세이부의 경우 포즈의 명칭을 팬들에게 모집할 정도 일반화 되고 있다. 오릭스의 경우 젊은 선수들이 이대호를 따라서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승률 5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오릭스. 달라진 타선의 힘으로 상승세가 계속될지 기대가 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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