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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오면, 또 이렇게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강했다. 8회까지 137개의 공을 던지면서 4안타(1홈런 포함) 4볼넷으로 1실점했다. 4회초 NC 조영훈에게 내준 솔로홈런이 이날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게다가 바티스타가 기록한 14탈삼진은 역대 외국인선수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다.
승리가 확정된 뒤, 바티스타는 "팀이 원한다면, 또 이렇게 던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은 팀을 위해선 더 던질 수 있다는 의지였다. 137구를 던졌음에도 "지금도 컨디션이 좋다"며 웃었다.
1회 선두타자 김종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바티스타는 1사 후 김종호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NC의 3,4번타자 나성범과 이호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직구 타이밍에 들어오는 각도 큰 커브가 최근 타격감이 좋은 둘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냈다.
2회엔 탈삼진쇼가 펼쳐졌다. 조영훈 권희동 지석훈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아냈다.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의 하모니가 완벽했다.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잘 던지던 바티스타는 3회 2사 후 김종호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또다시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모창민에게 결정구 커브를 던져 삼진을 뺏어냈다. 완급조절이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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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루수 한상훈의 호수비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석훈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껑충 뛰어 낚아냈다. 노진혁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대타 박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양손으로 하늘을 가리킨 바티스타는 관중석에 있는 가족을 가리켰다. 박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118구째 공, 전광판엔 149㎞가 선명하게 찍혔다.
8회에도 바티스타는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4월 4일 대전 KIA전서 기록한 개인 최다 투구수 120개, 지난해 9월 16일 목동 넥센전과 4월 4일 KIA전서 기록한 개인 최다 탈삼진 13개를 모두 뛰어넘었다.
김종호를 3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시켰지만, 모창민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바티스타는 나성범에게 또다시 삼진을 뺏어내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외국인선수 최다 탈삼진이었다. 기존기록은 2001년 SK 에르난데스와 KIA 레스, 그리고 본인이 갖고 있던 13개였다.
바티스타는 2사 2루서 이호준을 10구 만에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른 뒤였다. 이호준을 상대할 때도 전광판에 149㎞를 찍을 정도로 힘이 남아 있었다. 이날 투구수는 137개. 불펜진이 약한 팀 상황 탓에 나온 혼신의 '역투'였다.
경기 후 바티스타는 "오늘은 변화구가 상당히 좋았다.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컨트롤 위주로 구속을 신경쓰면서 던지려고 했다.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낮은 공을 많이 던졌는데 NC 타자들이 헛스윙을 많이 해서 삼진을 많이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다 탈삼진 기록은 의식하고 있었다. 바티스타는 "지난번에 13개를 잡았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은 14개가 조금 신경쓰여서 잡으려고 했다"고 했다.
송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땐 무슨 말을 건넸을까. '더 던질 수 있겠나'는 아니었다. 시간을 버는 차원이었다. 바티스타는 "코치님이 침착하게 던지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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