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정규리그 개막을 앞둔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께 스포츠조선이 제안한다.
선수들의 습관적인 욕설, 아이들이 보고 있다
하지만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있다. 벤치 클리어링이나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는 일정 부분 고유의 볼거리 중 하나로 치부되기도 하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여기서 지적할 것은 바로 시시때때로 선수들이 내뱉는 욕설이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욕설에 많이 노출돼 있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거친 남자들만의 세계인 운동부 생활만 한 선수들의 경우 욕설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힘든 상황이 되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수십년간 입에 밴 욕설, 한 순간에 끊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젠 독하게 작심하고 욕설과 이별해야 한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커진만큼 프로야구 선수들의 문화 파급력은 엄청나다. 욕설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장면을 보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TV 중계기술이 크게 발전한 덕분에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안방에 전달하게 된다.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는 야구의 종목 특성상 타 종목에 비해 선수 얼굴이 클로즈업 되기가 쉬워 선수들의 욕설하는 입모양이 여과없이 화면에 나타난다.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입모양만 보면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다. 모 선수는 몇 차례 연이어 이런 장면이 노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신이 평소 자주 하던 욕설과 비슷한 발음인 '식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무심코 하는 욕설, 그 가장 큰 폐해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그런 장면을 보며 욕설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종의 '우상'같은 선수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욕설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욕설 자체에 관대해지고 둔감해질 수 있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은 시기라서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쓰니까 욕설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고, 때때로 나도 써도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욕설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프로야구가 지금보다 더 존경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 스스로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부터 자제하고 고쳐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악의적인 댓글, 모두에게 상처만 준다
야구선수들 못지 않게 팬문화에서도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터넷의 무분별한 악성 댓글 문화다.
현장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호소한다. "제발 악성 댓글 좀 어떻게 할 수 없느냐"고. 감독이나 코치들도 때때로 이런 말을 한다. 기사에 달리는 온갖 참혹한 댓글들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때로는 선수의 분발을 촉구하는 따끔한 지적이라든지 혹은 그간의 노력에 대한 격려를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이 꼭 있다. 선수들이 상처를 받는 것은 바로 이런 댓글 때문이다. 특히나 가족에 대한 악성 댓글은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형태다.
더불어 선수들의 출신 지역이나 구단의 연고 지역을 걸고 넘어지는 '지역감정 부추기'성 악성 댓글 역시 건전한 야구문화 형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구 자체와는 전혀 관련없는 엉뚱한 지역 비하 발언을 확대 재생산하는 댓글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이런 댓글의 대부분은 명확한 근거가 없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국 사회에서 '동서간의 지역 감정'이라는 화두는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뿌리깊은 이슈다. 아픈 근현대 역사의 부산물로 생긴 이런 지역감정은 지속적으로 치유되고 사라져야 바람직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소재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선수들을 매도하는 식의 댓글은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결과를 낫는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다. 이 역시 가족비하형 악성 댓글 못지 않게 사라져야 할 악성댓글이다. 차라리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냉정하고 날카로운 지적이 오히려 한국 야구를 더욱 발전하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페어 플레이'는 경기장에서만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선수들이 '매너있는 플레이'로 그라운드에서 열성을 다하면, 관중이나 팬들도 '매너있는 관전문화'로 화답하자. 그게 바로 페어플레이고, 한국프로야구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