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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삼성과 LG 캠프, 5km의 차이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2-11 13:20 | 최종수정 2013-02-12 06:18


한국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6개 팀이 전지훈련지로 선택한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삼성과 우루마시 이시카와 야구장에 캠프를 차린 LG는 오프시즌에 선수 트레이드를 했다. 두 구단의 훈련장은 직선거리로 약 5km 떨어져 있다. 이 5km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되어 LG로 옮긴 투수 정현욱(35)은 두 팀의 분위기를 이렇게 말한다. "삼성이 더 좋지요." LG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김태완(32)도 정현욱과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LG 분위기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고 했다. 김태완은 "야구라는 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라고 설명했다. 2년 연속으로 우승한 팀과 10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팀을 옮기면서 변화가 생긴 선수도 있다.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포수 현재윤(34)이 그렇다. 그의 등에는 '94'가 찍혀 있다. 1군 선수와 어울리지 않는 등번호다. 삼성 시절에 사용했던 27번 보다 세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현재윤은 "비어 있는 번호가 없었어요. 원하는 번호를 쓰려면 후배가 사용하고 있는 번호를 받아야 하는데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이 번호가 됐어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적 후 포수로서 애로사항도 있다고 했다. "사인을 낼 때 무의식적으로 삼성 시절 사인이 나올 때가 있어요." 10년 이상 뛰었던 팀에서 몸에 밴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는 설명이다. 현재윤은 LG의 훈련에 대해 "훈련량이 많고 기술적인 부분과 뛰는 것도 삼성보다 많아요"라고 했다.

선수들에게 이적은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내야수 손주인(30)은 "3루수, 유격수 포지션에 주전 선수가 있지만, LG는 삼성보다 기회가 있어요. 주전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생갭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김태완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양 팀은 훈련장도 차이가 있다. 삼성이 쓰는 아카마 볼파크는 아름다운 흑토가 인상적이다. 지난 8일 이 곳을 방문한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감독은 "일본 팀이 쓰는 구장 보다 시설이 더 좋다"고 감탄했다. 반면 LG가 쓰고 있는 구장은 야구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흰색 흙이 깔려 있다. 햇살이 강할 때는 공 잡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삼성이 쓰는 온나손은 부자동네잖아요. 반면, 우리가 쓰는 우루마시는 SK가 사용하는 구시카와 구장도 있고, 야구장 보수 비용이 부족해요." LG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의 훈련장에는 라커가 있는데, LG의 이시카와 구장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LG 선수 입장에서 보면 야구에 집중하기 위한 시설이 부족한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5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인데도 여러가지 차이가 있는 삼성과 LG. 양 팀은 14일 처음으로 연습경기에서 만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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