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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대회와 비교한 WBC 마운드 운용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1-17 13:50


이번 WBC의 성과는 투수진 운용에 달렸다. 지난 15일 열린 대표팀 유니폼 발표 행사에서 양상문 투수코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동양권 국가들의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1,2회 대회 정상을 차지한 일본과 4강과 준우승에 올랐던 한국은 메이저리거 없이 대표팀을 구성했다. 특히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등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큰 성과를 보였던 왼손 투수들이 빠지면서 투수진 전력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 입단해 스프링캠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WBC에 참가할 겨를이 없고, 김광현과 봉중근은 각각 재활 과정에 있어 실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질적인 마운드 전력의 핵심인 세 선수 없이 한국은 이번 WBC를 치러야 한다. 대표팀 사령탑인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그리 밝지는 않다.

국제대회 역시 단기전이기 때문에 마운드 운용이 성적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선발, 중간, 마무리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줄 수 있는 투수들을 구성하는게 중요한 과제다. 지난 2006년 WBC에서는 당시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 봉중근, 김선우, 서재응, 김병현 등이 모두 참가해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9년 제2회 대회에서는 임창용 봉중근 류현진 등이 핵심 역할을 하면서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3회 대회 역시 투수진들의 활약이 관건이다. 왼손 3인방이 빠지면서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마운드 운용을 효과적으로 할 경우 미국,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등 강국들을 깨트릴 수 있다. 타선은 1,2대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투수진을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성적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부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 두 차례 WBC의 투수진 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회 대회에서는 박찬호 구대성 손민한의 역할이 컸다. 박찬호는 4경기에 나가 10이닝을 던지면서 3세이브를 기록했다. 대표팀의 마무리 역할을 맡았던 투수가 당시 박찬호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각광을 받았던 박찬호는 그해 WBC에서 세이브를 연거푸 올리면서 보직 변경의 바탕을 마련한 게 사실이다. 구대성은 일본전에 집중적으로 투입돼 타선을 봉쇄했다. 5경기에서 1승에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이밖에 김병현 오승환 정대현 등도 4강 신화를 창조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2회 대회에서는 봉중근이 두각을 나타냈다. 봉중근은 4경기에 나가 2승에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했다. 특히 일본전에서 이치로를 견제하는 동작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대표팀은 봉중근을 비롯해 윤석민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웠고, 류현진과 졍현욱을 중간계투, 임창용을 마무리로 삼아 마운드 운용을 했다. 정현욱은 5경기에서 10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4를 올리는 뛰어난 피칭으로 '국노(국민 노예)'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번 3회 대회는 결승까지 3차례 라운드로 진행된다.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맞붙는 1라운드는 별 문제가 없다. 대만전에 집중하면 조 1위로 쉽게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승부는 2라운드다. 일본과 쿠바가 2라운드에 올라 한국과 맞붙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쿠바전에 누구를 선발로 쓸 것인가가 중요한 결정 사항이다. 일단 선발로는 윤석민 장원삼 노경은 등이 중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민의 경우 WBC와 올림픽 등 국제대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1라운드 대만전, 2라운드 쿠바전 등판이 유력해 보인다. 왼손 장원삼은 강력한 왼손 타자들이 즐비한 일본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경은도 떨어지는 변화구가 좋기 때문에 장원삼과 함께 일본전에서 크게 중용될 수 있다. 중간계투는 박희수와 정대현 서재응 유원상 손승락 등이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 마무리는 설명이 필요없는 오승환이다. 왼손 불펜 요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차우찬 장원준 뿐만 아니라 장원삼도 중간계투로 나서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류중일 감독 뿐만 아니라 투수진 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양상문 코치가 어떤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이번 3회 대회의 성패는 마운드 운용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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