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신청서 접수 절차는 사실 별 게 아니다. 신청서를 내면 끝난다.
오후 1시30분에 야구회관에 온 부영 이 회장과 김 도지사가 직접 KBO 양해영 사무총장에게 신청서와 구비서류를 함께 넣은 상자를 건넸다. 이어 102만명이 전북에 야구단을 유치해야 한다고 서명한 서명부도 함께 전달했다. 신청서 접수 후 이 회장과 김 도지사는 짧게 기자회견을 했다. 예정된 것이 아니라 취재진의 요청에 의해 갑자기 이뤄져 탁자에 방송용 마이크를 설치하는 등 분주하게 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야구발전기금 액수를 직접 적은 이 회장은 "좀 많이 쓴 것 같은데, 액수는 나중에 얘기하겠다"라고 하면서 "91년부터 기증사업을 해오며 꽤 많은 금액을 기증했다. 앞으로 야구 지원에 30년은 지장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영측이 어떤 식으로 신청서를 접수했는지를 본 KT 관계자는 곧바로 창단TF팀에 연락을 해 이석채 회장 등이 기자회견을 준비하도록 했다.
눈에 띈 건 빨간색 야구점퍼. '수원 KT'가 적혀있는 야구점퍼를 모두 입고 나와 통일된 느낌을 줬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염원하는 KT와 수원의 러브레터'라는 이름의 신청서 박스를 양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KT의 신청서 박스를 전북처럼 팬들의 서명부인줄 알았다. 부영의 신청서가 작은 선물상자 정도의 크기였다면, KT의 박스는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두배 이상의 크기였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준비해왔던 정책과 비전을 집대성해서 충실하게 준비하다보니 분량이 많아졌고, KBO가 제출을 요구한 KT와 수원시의 최근 3년간의 감사자료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고, KT와 수원시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회장은 "KT가 그동안 프로야구단을 하지 않은 것은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며 "선수들이 경기를 잘 하기 위해선 이동거리가 중요한데 수원이 최적지"라며 수원의 입지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고, 염 시장은 "수원을 축구도시로 아시는데 스포츠의 메카다. 다른 종목들도 많고 경기도가 전국체전에서 따는 메달의 30∼40%를 수원이 차지한다"며 "경기남부의 900만 시민을 하나로 묶는 야구단이 생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간단한 신청서 접수마저 대선 유세를 하는 듯한 분위기로 만들어버린 10구단 경쟁. 앞으로 가장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남았다. 오는 10일 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양측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KBO는 11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연다. 구단주 모임인 총회 승인절차가 있으나 사실상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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