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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으로 앞선 9회 2사 1,2루. 대타 박헌도를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는 순간 KIA 서재응은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절친 포수 김상훈과 포옹도 했다. 공을 챙겨 나가려던 배트걸을 불렀세웠다. 프로 데뷔 첫 완봉 기념구. 꼭 간직하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를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 서재응. 그에게도 완봉승이란 첫 경험은 짜릿했다.
지난달 26일 대전 한화전부터 3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선발 등판으로는 35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선동열 감독이 보유한 선발 등판 최다 무실점 기록(37이닝)을 눈 앞에 뒀다. 취재진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서재응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감독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는데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서재응에게 완투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 선동열 감독은 평소 "서재응은 투구수와 관계 없이 7이닝을 한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던 터. 마치 이를 듣기라도 한듯 그는 데뷔 첫 완봉승으로 고정 관념을 멋지게 뒤집었다. "올 시즌 초 피로감으로 인해 7회를 넘기기가 힘들었던게 사실입니다. 7회가 넘어가면 안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구요. 오늘은 이닝보다는 연패를 끊자는 생각으로 던졌습니다."
잇단 불운에도 함박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의 아이콘' 서재응. 긍정의 기운이 프로 데뷔 첫 10승 달성의 꿈으로 이어질지 또 다른 도전이 막 시작됐다.
목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