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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이 16일 인천 SK전에서 퇴장당했다. 프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첫 퇴장이다.
8회말 2-3으로 뒤진 SK의 공격. 무사 1, 2루 절호의 찬스. 이호준이 친 타구가 3루쪽으로 흘렀다. 이호준은 그대로 타석에 서 있었다. 주심은 이호준의 발에 타구가 맞았다고 판단, 즉각 파울을 선언했다. 하지만 KIA는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선 감독이 즉각 주심에게 항의했다. 파울타구는 애매했다. 이호준의 발에 맞았는지 아닌지 초고속 카메라로도 판정하기 힘들었다.
선 감독은 자동퇴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2009년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회에서 로컬룰에 따라 퇴장조치가 내려졌다.
'경기 중 감독의 철수명령으로 1명의 선수라도 그라운드에서 덕아웃으로 들어올 경우 감독은 자동적으로 퇴장조치한다'는 규칙이다. 이전에는 퇴장 후 3분이 지나면 경고, 5분이 지나면 퇴장 및 몰수조치가 이어졌다. 하지만 바뀐 로컬룰에서는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철수할 경우 심판재량에 따라 경기를 몰수조치할 수 있다'라고 변경됐다. 결국 선 감독은 덕아웃에서 물러났고, 지휘봉을 임시로 이순철 수석코치가 잡았다.
왜 그렇게 격분했을까
상황만 놓고 보면 선 감독의 철수조치는 과도하다. 따라서 다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시즌은 예년에 비해 선 감독의 항의가 많았던 게 사실. 특히 체크스윙에 대한 판정에 불만이 많았다.
여기에 9월5일 사건도 있다. 부산 롯데전, 2-1로 앞선 7회 2사후. 롯데 박준서의 내야땅볼 때 오심이 나왔다. 2루수 안치홍이 한 차례 더듬었지만, 1루에서는 아웃이었다. 하지만 세이프가 선언됐고, 결국 손아섭의 결승 2루타로 2대4, 역전패했다. 사실상 KIA의 4강 진출이 좌절되는 중요한 순간. 당연히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KIA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다. 이미 KIA는 올 시즌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 훈련지(일본 오키나와)까지 확정된 상태다. 여기에 핵심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선 감독은 대대적인 팀 체질 개선을 예고한 상태. 따라서 이런 조치를 통해 팀 내부의 결속을 높이고 응집력을 다지려는 포석이 있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결합되면서 선수단 철수라는 강경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KIA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라운드에 돌아온 KIA는 박정권을 3루수 직선타로 잡은 뒤 김강민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유격수 김선빈의 그림같은 수비가 있었다. KIA는 끝내 3대2로 승리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