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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생긴 윤성환, 10승 바라보는 조용한 에이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9-06 05:43 | 최종수정 2012-09-06 06:27



"이젠 면역력이 생긴 것 같아요."

선발진이 워낙 강력한 삼성에서 에이스를 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승 1위(14승) 장원삼이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3.98이나 된다. 개막전 선발 차우찬은 이미 선발 자리를 뺏긴 지 오래다. 배영수가 부활하긴 했지만, 과거의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다.

삼성 윤성환은 '소리 없이 강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가 2009년 공동 다승왕(14승) 출신이라는 걸 기억 못하는 이들도 많을 정도다. 윤성환은 선발로 전환한 2008년부터 부상이 겹쳤던 2010년을 제외하고 3년간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팀내 최다승 투수가 됐다. 실질적인 에이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강력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비켜갔다. 윤성환의 투구는 분명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란한 변화구를 가진 것도 아니다. '폭포수 커브'가 있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변화구 레퍼토리는 평범한 편이다. 다른 팀 에이스들에 비해 그가 '조용한 에이스'가 된 이유다.

올시즌엔 불운의 연속이었다.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묵묵히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7이닝 무실점, 6이닝 무실점을 해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올시즌 처음으로 8이닝을 소화한 날, 지난 5월8일 부산 롯데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렸을 정도다. 개막 후 한 달 만이었다.

고작 3승(4패)을 올렸던 지난 6월 초. 윤성환은 선발등판을 준비하다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2군에 내려갔다. 부상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6월1일 대구 두산전에서도 9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를 당한 뒤였다. 지독히 운이 없었다. 보호 차원에서 오래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팀이 상승세 분위기를 타며 동료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다.

그래서 일까. 시즌 6승(5패)째를 올린 5일 윤성환은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는 말부터 꺼냈다. 올시즌 자신을 비켜가기 만한 '승운'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였다.

대신 그 자리엔 평정심이 있었다. 5일 대구 LG전에서 상대 선발 리즈가 최고 162㎞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타선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윤성환에게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최고 141㎞의 직구로 LG 타자들을 상대했다. 평균 구속은 130㎞대 후반이었다.


리즈 같은 파워풀한 면은 없었지만, 볼끝에 위력이 있으니 LG 타자들이 좀처럼 안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따금씩 변화구가 맞아나가도 자신 있게 직구로 승부했다.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도 침착하게 승부했다. 전매특허인 커브는 위기 때마다 그를 도왔다.

7이닝 동안 6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은 없었다. 4사구도 하나도 없었다. 삼진은 7개나 잡아냈다. 리즈가 부러울 게 없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은 윤성환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0-0 상황으로 맞은 7회말, 삼성은 강명구의 빠른 발과 리즈의 보크로 소중한 1점을 냈다.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승리 요건은 안지만(⅔이닝 무실점)과 오승환(1⅓이닝 무실점)이 지켜줬다.

경기 후 윤성환은 "시즌 내내 타선의 득점 지원을 못 받았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면역력 탓인지 진다는 생각을 안했다. 심적으로 편하게 던졌다"며 웃었다. 여유로운 모습, 이게 바로 에이스다운 모습 아닐까.

현재 삼성은 10승 투수 4명을 배출한 상태다. 5명의 선발로테이션 중 윤성환을 제외하곤 모두가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윤성환이 최고다. 모두 3점대에 머물러있지만, 윤성환 혼자 2.79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윤성환 역시 10승에 대한 욕심이 컸다.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 좋은 투수보다는 아무래도 10승이 나은 모양이다. 지난해에도 시즌 막판 5연승을 몰아친 적이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윤성환은 "4번 정도 등판기회가 남은 것 같다. 전승을 해서 나도 10승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5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LG의 경기에서 윤성환이 6회 1사 1,2루에서 이병규를 병살로 처리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동료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수비를 칭찬해주고 있는 윤성환.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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