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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없는 삼성, 상상이 가니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8-29 08:57 | 최종수정 2012-09-04 07:13


29일 오후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등판한 삼성 오승환이 마운드 위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목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7.29.

삼성 특급 마무리 오승환(30)이 일본과 미국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일본 오릭스 관계자가 김성래 삼성 수석코치에게 오승환을 영입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의 미국 무대 성공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승환은 "한살이라도 젊을 때 더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새로운 곳으로 떠날 시점이 중요하다

2005년 삼성에 대졸 선수로 입단한 오승환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내년 시즌이 끝나도 해외로 나가려면 삼성의 동의가 필요하다. 오승환이 자유롭게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는 건 2014시즌이 끝난 뒤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헌신적으로 던졌다. 2005시즌 중반, 권오준으로부터 마무리 보직을 넘겨 받아 지금까지 총 241세이브(이하 28일 현재)를 올렸다. 최근 김용수(은퇴)가 보유했던 종전 개인 통산 최다세이브(227)기록을 갈아치웠다. 2005년, 2006년 그리고 지난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팔꿈치 수술로 2010시즌 주춤한 걸 빼고는 흔들림없이 제몫을 다했다. 그가 국내 최강 마무리라는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오승환이 국내에서 욕심을 낼만한 건 팀 우승 이외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나 미국 무대 진출로 눈을 돌릴만하다. 오승환 정도라면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도전하는 꿈을 갖는게 마땅하다. 단 그 진출 시기를 잘 잡아야 한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오승환의 해외 진출 얘기가 나올 시점이 아니다. 팀 분위기가 흔들리면 수확 직전의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삼성 전력 약화 불가피

그가 현재 삼성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마디로 막중하다. 이번 시즌 초반 두달 동안 팀 성적이 부진했지만 현재 29세이브를 올렸다. 오승환 같은 든든한 마무리 투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팀 순위에 바로 연관돼 있다. 삼성 선발과 불펜은 오승환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갖는 심리적 안정이 크다고 말한다. 그와 상대하는 타팀 타자들은 오승환이 마운드에 등장할 때 나오는 학교 수업 종료 벨소리만 들어도 기가 죽을 정도다.

승수로 봤을 때 오승환은 팀 순위나 우승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10승 이상의 팀 공헌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선발 투수로 보자면 한 시즌 15승 이상을 꾸준히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이랬던 오승환이 떠날 경우 삼성의 전력 약화 가능성은 높다. 이승엽이 2003시즌 이후 일본 진출을 했을 때보다 더 큰 전력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오승환 이후를 준비하자

삼성이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오승환을 이번 시즌이 끝나고 놔줄 것 같지 않다. 우승을 계속 하고 싶은 삼성은 오승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를 잡기 위해선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오승환 정도라면 해외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지 도전해봐야 한다. 팀 선배 이승엽도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일본에서 8년을 뛰었다. 선동열 KIA 감독도 선수 시절 일본 무대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삼성은 오승환과 2~3년 더 함께 할 수 있다. 또 오승환이 해외진출의 꿈을 접는다면 더 길게 삼성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도 '포스트 오승환'을 대비해야 한다. 삼성 구단은 세계적인 그룹 삼성의 계열사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선수의 앞길을 막는다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된다. 오승환이 떠나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당장 오승환을 대체할 마무리 투수는 국내에 없다. 삼성 불펜의 중심 안지만을 키우든지, 아니면 해외에서 오승환에 맞먹는 투수를 영입하는 방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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