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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포기' 김성근, "구단들이 나를 싫어하는데…"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8-29 18:34


김성근 감독. 제공=고양 원더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제공=고양 원더스

"앞으로 프로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김성근 감독(70)이 프로팀 사령탑 복귀의 뜻을 사실상 접었다.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잔류를 선언했다. 고양 원더스는 29일 오후 김성근 감독과의 계약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년, 2014년까지다.

갑작스러운 재계약 소식. 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의 퇴진 후 단 하루가 지난 시점. 김성근 감독은 공석중인 한화의 차기 감독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원더스와의 계약 연장 발표는 액면 그대로 보면 한화 감독 후보군에서의 제외를 의미한다. 원더스 입장에서야 마음이 급했겠지만 김성근 감독으로선 굳이 서둘러 가능성을 차단할 이유가 없었다. 9월까지 계약도 남아있던 상황. 김 감독은 왜 프로 복귀의 문을 스스로 닫았을까.

기존 구단의 비토라는 현실의 벽

계약 발표 후 김 감독과 통화가 됐다. 12시부터 벽제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퓨처스리그 교류 경기를 막 마친 참이었다. 김 감독은 "어제(28일) 허 민 구단주가 만나자고 해서 (재계약)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향후 '프로구단 복귀'의 뜻은 접은걸까. 김 감독은 "앞으로 프로로 갈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기존 구단으로의 프로 복귀는 포기한 듯한 뉘앙스였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선호도는 극과극이다. 팬들은 으뜸으로 선호하고, 프런트는 그렇지 않다. 감독 공석인 프로 구단 팬들에게 영입 선호도 1순위다. 다수의 LG 팬들이 그랬고, 이번 한화 팬들도 마찬가지다. 단만 프런트와의 늘 껄끄러운 관계가 문제다. 스스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안다. 원더스와 재계약 합의 전인 28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김 감독은 차기 한화 감독설에 대해 "그럴리 없다. 프로구단들이 나를 싫어하는데…"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화가 이미 차기 감독을 점찍어 놓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퍼가 없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언론과 팬들 사이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는 사실과 달리 한화 측에서 어떠한 실질적 제안도 없다는 사실을 영입 의사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고양 원더스에 대한 책임감


고양 원더스에 대한 책임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원더스는 경계선상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원더스를 통해 '제2의 기회'를 노리는 선수들을 애정을 가지고 육성해온 김 감독이 지금 당장 그만 둘 경우 자칫 팀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도 있다. 김성근 감독이 없는 원더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확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허 민) 구단주의 간곡한 요청과 그동안 나를 믿고 따라 준 선수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저변을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혼신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자칫 흔들릴지 모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장치도 마련했다. 김성근 감독은 '계약 기간 중 프로구단의 제의가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특별 조항을 계약서에서 삭제했다. "계약서에서 (그 조항을) 뺐다"고 말했다. '프로구단에 선수를 보내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고양 원더스에서의 선수 육성은)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단 향후 2년간 고양 원더스의 기적 만들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 물론 2년 후 상황은 알 수 없다. 비록 고령이지만 신생 10구단 등 프로 팀들이 2년 뒤 김성근 감독에게 사령탑을 제안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초대 감독을 맡았다. 퓨처스리그 교류경기에서 19승6무18패(승률 0.516)로 선전하며, 당초 창단 취지대로 KBO 소속 프로구단에 4명의 선수를 진출시키는 등 독립 구단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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