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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봉중근이 내년 시즌에도 마무리 투수로 뛸 것을 선언했습니다. 작년 팔꿈치 수술 이후 빠르게 재활해 그라운드에 복귀한 봉중근에게 4일 휴식 후 5일 만에 등판해 100개가 넘는 투구수를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보다 매일 같이 불펜에 대기하지만 적은 투구수로도 충분한 마무리 투수가 선수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는 화를 참지 못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봉중근은 LG의 투수 중에서 가장 마무리 투수에 적합한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결코 상대 타자를 피해가는 법이 없는 승부욕의 화신이며 여전히 140km/h대 중반의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와 올림픽, WBC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도 갖추고 있습니다. LG가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에는 김용수와 이상훈이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는 점 역시 봉중근의 마무리 전업에 설득력을 더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LG가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꿈을 현실화하는 순간이 온다면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MVP를 차지한 김용수처럼 봉중근이 마운드에 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봉중근이 마무리 투수로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후반기 들어 봉중근은 7경기에 등판해 1패 3세이브를 거두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봉중근은 자신에게 주어진 세이브 기회에서 모두 세이브를 거뒀지만 기회는 단 3번에 불과했습니다. 후반기 들어 LG의 선발 투수진이 붕괴되어 경기 초반부터 대량 실점하면서 리드를 허용해 LG 타선은 따라가기 급급했고 결과적으로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등판할 기회가 사라진 것입니다.
따라서 선발 투수진이 취약한 LG에서 봉중근이 마무리로 전업한다면 현재와 같이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올 시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팀들이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넥센처럼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도 몇 년 째 고전하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즉 확실한 마무리 투수의 존재가 곧 4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올 시즌 LG의 최대 약점이었던 선발 투수진의 붕괴는 내년 시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해 벤치나 데우지 않을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