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정민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지난 2003년 10월 2일 삼성과의 경기다. 당시 삼성 이승엽에게 아시아 최다홈런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허용한 투수였다.
이정민의 호투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입대전엔 강력한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해 상무제대후인 2009년에도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쉽지 않았다. 1군보단 2군에 있는 기간이 더 많았다. 올시즌도 선발로 나오기 이전 5경기에 구원으로 등판한 것이 전부였다.
사실 이날 선발 등판도 의아한 부분이었다. 이정민은 원래 28일 등판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취소되며 무산되는 듯했다. 29일 선발로 이용훈이 내정돼 있었기 때문. 올시즌 에이스 노릇을 했던 이용훈이 분명 이정민보다는 확실한 카드였다. 그러나 양승호 감독은 이정민을 29일에도 선발로 내보냈다. 등쪽에 걸렸던 담 때문에 아직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이용훈을 일요일(9월2일·부산 LG전) 선발로 미뤘다. 좀 더 휴식을 주기 위한 조치.
이정민은 지난 18일 부산 넥센전서 1082일만에 선발등판을 했었다. 당시 4회까지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이정민은 5회에 무너지며 결국 4⅓이닝 5안타 4실점으로 아쉽게 내려와야 했었다. 시즌 두번째 선발 등판에서 일을 냈다. 양 감독은 "이정민이 일찍 내려가게 될 경우 진명호를 올리면서 불펜을 가동하겠다"라고 했었지만 롯데의 막강 불펜은 경기를 8회까지 편안하게 앉아서 볼 수 있었다. 완봉승을 앞둔 9회말 연속 안타를 내주며 1실점을 한 뒤 교체돼 내려오는 이정민에게 3루측 롯데팬들은 모두 일어난 기립박수로 반겼다.
이정민은 "거의 10년만에 선발승을 하는 것이라 정말 가슴 벅차다"면서 "평소와 똑같이 가볍게 한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감독님이 편하게 던지라고 하셨는데 진짜 마음편하게 던진게 좋았다"고 했다.
"이전 등판 때 5이닝을 못채워 이번엔 꼭 5이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줘 긴장도 안되고 힘도 안들었다"는 이정민은 "5회가 가장 힘들었는데 2사 정근우 선수의 타구가 엉덩이에 맞고 3루수로 굴절돼 아웃시켜 5회를 마치면서 '되겠다'싶었다"고 했다.
아쉽게 완투-완봉을 놓친 것에 크게 게의치는 않았다. "첫타자의 타구를 황진수 선수가 잡았다가 놓쳤을 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정민은 "4사구없이 한타자 한타자를 집중해서 막은 것이 좋았다"고 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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