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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더이상 실망시켜 드릴 수 없다."
김 감독에게 60패는 의미가 깊다. 시즌 전 그의 '목표'였다. 김 감독은 8개 구단 중 최연소 사령탑답게 목표에 대한 접근법부터 신선했다. 지난 1월 구단 시무식에서 "몇 등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다 똑같을 것"이라며 "올해 60패를 목표로 삼자. 시즌이 끝난 뒤 모든 순위와 성적에 대해선 내가 책임진다. 승에 대한 생각 말고 패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흔히 우승, 4강 등의 순위나 승률 얼마 이상 등을 목표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패배를 먼저 언급했다. 무승부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73승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이었다. 실질적인 목표는 60패 뒤에 감춰져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목표까지 이제 1패만이 남았다.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감독으로서 욕심이 났던 건 사실"이라며 "그 정도는 해야 4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60패가 목표면)무승부를 감안해 +7 정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무식 때 언급했듯, 김 감독은 성적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목표치에 한참 떨어진 데 대해 할 말이 없다. 감독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다른 핑계를 대기 보다는 남은 게임을 잘 하겠다.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지만, 잘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60패까지 1패만을 앞둔 지금 시점에도 '포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팀 체질 개선을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그가 포기를 입에 올리는 순간, 또다시 선수단은 현실 안주에 무기력증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김 감독은 "시즌을 포기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감독 목표가 틀어졌을 뿐이다. 지켜보는 분들이 많은데 더이상 실망시켜드릴 수 없다. 선수들의 성향과 정신력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끝까지 보호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 보면 용기 좀 북돋아 주십쇼." 포기 없는 김 감독의 지도 철학, 이제 선수들이 답할 때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