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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5할이다.
그동안 코칭스태프는 일부러라도 5할 승률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스스로 해낸 게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선수단 사이에도 암묵적으로 '5할 승률=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있다는 증거다.
지난 한 주 보여준 LG의 경기력은 '아쉬움'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 하다. LG는 20일까지 34경기를 치르면서 잔루가 242개였다. 경기당 평균 7.18개로 5위였다. 하지만 지난주 6경기에선 무려 53개를 기록했다. 한화와 함께 가장 많았고, 경기당 평균 8.83개였다. 특히 KIA와의 3연전에서 9개-12개-10개로 좋지 못했다. 방망이가 안 맞아서 3연전을 스윕당한 게 아니었다. 8안타-10안타-13안타를 치고도 결정적인 찬스 때마다 병살타가 나오는 등, 응집력 부족으로 2득점-5득점-3득점에 그쳤다.
감독의 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29일부터 LG는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을 쓸어담은 롯데와 부산에서 맞붙는다. 롯데의 막강한 화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LG 역시 타선의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젠 선수들의 몫이다.
LG의 한 고참급 선수는 지난주 달라진 팀 분위기를 말하면서 "예전엔 실패에 대해 선수들이 책임을 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님이 나서서 그걸 막는다. 책임을 지는 건 감독 몫이고, 선수들은 자기 플레이만 하면 된다고 하신다"고 했다.
달라진 책임 소재, 이러한 분위기 형성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김 감독 나름의 처방전이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책임회피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일도 없어졌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건 5할 승률, 그 '이후'다. 지금까지는 패배에도 좀처럼 고개숙이지 않고, 돌파해왔다. 이번에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을까. 결과에 대한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 고참 선수의 말이 떠올랐다. "감독님은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오히려 웃으시려고 애쓰시죠. 선수들이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요. 정신이 더 바짝 들죠."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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