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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달라진 책임소재, 5할 승률 지키미 될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5-28 07:15



또다시 5할이다.

LG가 지난주 열린 6경기에서 1승5패를 거두는데 그쳤다. 이제는 천적이라 부를 만한 넥센과의 '엘넥라시코'에서 1승2패, 살아난 호랑이군단 KIA에게 3연패를 당했다. 불과 한주 전만 해도 시즌 첫 4연승을 달리며 승패 차를 '+4'까지 벌렸지만, 다시 원점이 됐다. 40경기를 소화한 27일까지 20승20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이다.

올시즌 LG는 단 한 차례도 5할 승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LG를 최하위 후보로 꼽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5할 승률이 되기만 하면 다시 치고 올라갔다. 다시 5할로 떨어지는 순간이 오긴 했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해냈다. 30경기를 치르고 15승15패가 됐을 때도 그랬다. 시즌 첫 4연승이 이때 나왔다.

그동안 코칭스태프는 일부러라도 5할 승률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스스로 해낸 게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선수단 사이에도 암묵적으로 '5할 승률=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있다는 증거다.

지난 한 주 보여준 LG의 경기력은 '아쉬움'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 하다. LG는 20일까지 34경기를 치르면서 잔루가 242개였다. 경기당 평균 7.18개로 5위였다. 하지만 지난주 6경기에선 무려 53개를 기록했다. 한화와 함께 가장 많았고, 경기당 평균 8.83개였다. 특히 KIA와의 3연전에서 9개-12개-10개로 좋지 못했다. 방망이가 안 맞아서 3연전을 스윕당한 게 아니었다. 8안타-10안타-13안타를 치고도 결정적인 찬스 때마다 병살타가 나오는 등, 응집력 부족으로 2득점-5득점-3득점에 그쳤다.

김기태 감독은 26일과 27일 4번타자를 교체하는 등 타순에 변화를 줬다.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은 뒤 타격감이 떨어진 정성훈을 대신해 박용택과 최동수가 '일일 4번타자'로 나섰다.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은 '작은' 이병규(배번7)을 2번에 전진배치해 공격적인 타순을 운용하기도 했다. 팀의 안타수는 늘었지만, 타선의 집중력은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

감독의 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29일부터 LG는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을 쓸어담은 롯데와 부산에서 맞붙는다. 롯데의 막강한 화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LG 역시 타선의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젠 선수들의 몫이다.

LG의 한 고참급 선수는 지난주 달라진 팀 분위기를 말하면서 "예전엔 실패에 대해 선수들이 책임을 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님이 나서서 그걸 막는다. 책임을 지는 건 감독 몫이고, 선수들은 자기 플레이만 하면 된다고 하신다"고 했다.


달라진 책임 소재, 이러한 분위기 형성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김 감독 나름의 처방전이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책임회피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일도 없어졌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건 5할 승률, 그 '이후'다. 지금까지는 패배에도 좀처럼 고개숙이지 않고, 돌파해왔다. 이번에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을까. 결과에 대한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 고참 선수의 말이 떠올랐다. "감독님은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오히려 웃으시려고 애쓰시죠. 선수들이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요. 정신이 더 바짝 들죠."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LG와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7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LG가 찬스마다 후속타 불발로 많은 득점을 하지 못하며 7-3으로 뒤진 가운데 덕아웃의 엘지 투수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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