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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요법 먹혔다, 스윕 '멘붕' 막은 두산-삼성-KIA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5-23 11:26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4개 구장 3연전 동시 스윕(Sweep·3연전 전승)이 일어난 지난 주말, 패배한 4개 구단의 느낌은 어땠을까. 0.39%라는 진귀한 확률의 희생자가 된 4개 팀의 감정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단어, '멘붕(멘탈 붕괴)'으로 요약될 만 하다.

충격파를 겪은 두산 삼성 KIA 한화의 주중 3연전 첫 경기 성적은 어땠을까. 두산과 삼성은 스윕의 수혜자인 SK와 롯데를 제압했다. 희생자들끼리 맞붙은 광주 KIA-한화전에서는 KIA가 웃었다. 최하위 한화만이 또다시 울었다.

각 팀은 나름의 처방전을 꺼내놓으며, 충격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가장 강수를 둔 건 두산이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타선에 1군 타격코치였던 이명수 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외인인 이토 수석코치에게 타격코치를 겸임하게 할 만큼 절박했다. 무려 7명의 코치들의 보직을 이동시킬 정도로 '혁신'의 의지가 강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할 수 있지만, 초강수를 둔 것이다.


22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두산과 SK의 경기가 열렸다. 4대2로 승리하며 5연패에서 탈출한 두산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5.22.
효과는 분명했다. 두산은 22일 인천 SK전에서 4대2로 승리했다. 그동안 자신들을 지도하던 코치진의 거취에 변화가 생기는 건 선수들에게 확실한 각성제가 됐다. 특히 투타에서 팀의 베테랑들이 앞장섰다.

이날 전까지 고작 1승을 거두는 데 그치고 있던 팀의 에이스 김선우는 특유의 완급조절을 통해 5이닝 1실점했다. 시즌 2승째. 타선에서는 '두목곰' 김동주가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김동주는 무려 726일만에 4안타 게임을 선보이며 펄펄 날았다. 연패 탈출을 위해 그답지 않게 컨택트에 중심을 맞춘 간결한 스윙을 했다.

삼성은 코치가 아닌, 팀의 중심과도 같은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와 신인왕 배영섭을 휴식일이었던 21일 일찌감치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사실 주축선수들의 1군 제외는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겐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나도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게 마련이다.

22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그대로 그 모습이 드러났다. 삼성은 2회 무사 2,3루 찬스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좀처럼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8회 상대실책으로 만든 기회를 놓치지
프로야구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22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역전타 박한이와 쐐기타 이승엽이 덕아웃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5.22/
않았다. 박한이의 중전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한 뒤 3점을 추가했다. 박한이는 물론, 이승엽 진갑용 등 역시 고참들이 해결해줬다. 모처럼 타선의 집중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패배자 KIA와 한화 중에서는 KIA가 웃었다. 두산이나 삼성과 달리 초강수는 없었지만, 0-3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어 4대3으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KIA보다 더 눈에 띈 건 한화였다. 2점차로 쫓긴 8회말 이범호의 빗맞은 타구를 야수 3명이 놓치는 비극을 시작으로, 하주석과 이학준의 연속 실책이 나오며 자멸했다.


특정 팀에게 3연패를 당하는 스윕은 충격요법이 될 수도 있고, 장기적 침체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주말 사상 두번째 전구장 스윕이 일어난 뒤, 순위표는 마치 상위리그와 하위리그 마냥 승자 네 팀과 패자 네 팀으로 재편됐다. 빠르게 충격파에서 벗어난 두산 삼성 KIA, 그리고 연패가 계속되고 있는 한화. 스윕의 피해자 네 팀의 대반격 여부도 재밌는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2일 광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의 기아의 경기가 열렸다. 7회 한화가 3-1로 앞선 가운데 류현진 김태균 박찬호가 덕아웃에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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