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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트라우마다. 벌써 12연패.
징크스같은 연패가 이어질 때 가장 필요한 선수는 에이스다. 윤석민이다.
하지만 롯데전에서는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지난해부터 롯데전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일단 맞대결 기회가 거의 없었다. 고작 2경기에 나섰다. 선발은 딱 1차례. 7⅔이닝 2홈런 포함, 11안타 6볼넷 4실점. 승리 없이 1패고, 평균자책점이 4.70이다. 7개 구단 상대 기록 중 최악이다. 의도적으로 롯데와의 매치업을 피한 측면도 있다. 2010년 여름, 연이은 사구 사건 때문이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그해 8월 윤석민은 홍성흔의 왼손등을 맞힌데 이어, 9일 뒤 손에서 빠진 공이 조성환의 헬멧을 때렸다. 모자를 벗고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롯데 팬들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무차별 비난에 시달렸다. 정신적 후유증을 겪었다. 몸쪽 공을 바짝 붙이기가 부담스럽다. 스윙 스피드가 빠른 롯데 타자들을 바깥쪽 공으로만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가지 부담을 고려해 벤치는 롯데전을 가급적 피했다.
반대로 롯데 선수들은 KIA만 만나면 신바람을 냈다. 투-타에서 '천적'들이 우글댄다. 대표적인 '호랑이 사냥꾼' 고원준은 지난해 6경기에서 4승 무패 1세이브 에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했다. 마무리 김사율도 지난해 KIA전 8경기에 나서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1승 1홀드 3세이브를 거뒀다. 좌완 불펜 강영식 또한 지난해 KIA전 4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0'이다.
강민호는 지난해 KIA전 타율 0.360에 이어 올해는 0.363를 기록중인 대표적 KIA 저격수. 19일 경기에서 심동섭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렸다. 홍성흔도 지난해 KIA전 타율 0.354에 이어 올해 역시 0.563. 5월 들어 1할대 타격에 허덕이던 그는 이번 3연전에서 11타수 6안타(0.545)로 완전히 살아났다.
KIA의 과도기, 그 부작용
특이한 기록이 있다. 2000년대 초반 KIA는 롯데의 천적이었다. 2002년 9월27일부터 이듬해 9월23일까지 18연승을 달렸다.
이제는 반대의 상황이 됐다. 물론 이유가 있다. 롯데는 타격이 강하다. 특히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다. KIA는 패스트볼의 위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많다. 반면 경기운영능력은 그리 좋지 않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우리 팀은 SK와 같이 수비 조직력이 탄탄하면서도 세밀한 플레이를 하는 팀에는 약한 면이 있다"고 했다. 많이 좋아져지만 롯데의 조직력은 완전치 않다. 반면 다른 의미에서 힘대결에서는 자신이 있다. KIA는 선발투수진이 좋지만 끈적끈적한 팀컬러는 아니다. 이런 시스템이 두 팀의 승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연패를 당하면서 생긴 KIA의 심리적인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다. 정현석 hschung@ ,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