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완전하진 않다. 하지만 확실한 청신호들이 들어오고 있다. 깨어나고 있는 거인군단의 얘기다.
위기는 기회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당연히 3~4차례의 결정적인 위기가 온다. 롯데가 그랬다. 올시즌 첫번째 맞는 심각한 위기.
18일 KIA와의 1차전. 롯데의 경기내용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그러나 KIA는 두 차례의 결정적인 실책(2회 김선빈의 유격수 앞 땅볼 실책, 5회 최희섭의 홈 악송구)이 롯데를 살렸다.
그래도 승리가 쉽지 않았다. 5-2로 앞선 9회말 마무리로 나선 김사율은 2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1사 1, 3루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이 상황은 너무나 중요했다. 여기에서 패한다면 위기의 수렁은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자체를 망칠 가능성도 있었다. 김사율은 KIA 김상훈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롯데는 우여곡절 끝에 1승을 추가했다.
완벽한 터닝 포인트.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다음날(19일) 2차전에서 롯데 선수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달라졌다. 흐트러졌던 승부처에서 응집력도 더욱 탄탄해졌다. 결국 6-1로 가볍게 승리. 4월의 경기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완벽한 계기를 마련했다. 극심한 부진 뒤 천신만고 끝의 1승은 거인 군단의 극심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완화시켰다. 부활의 첫번째 청신호.
타격이 돌아왔다
18일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타격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극심한 타격 부진. 4월 불꽃타격을 보였던 중심타자 홍성흔 박종윤은 5월에 1할대 타격. 문규현 역시 마찬가지.
KIA 선동열 감독은 "톱타자 김주찬의 부상이 롯데 타선 부진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기동력은 기복이 없는데, 김주찬이 빠지면서 롯데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했다. 접근방법은 달랐지만, 공통 지적사항은 롯데 타격이 너무나 부진하다는 것. 팀 타격의 사이클 기복이 심한 원인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포함돼 있다. 기본적으로 타격 사이클에 심리적인 선순환과 악순환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팀타격이 활발할 경우 선수들은 부담감없이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는 선순환이 일어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부담감이 가중되며 타격감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롯데는 이런 악순환이 존재했다. 끊을 필요가 있었다. KIA와의 1차전 승리가 그 원동력을 제공했다. 1차전에서 9개의 안타, 2차전에서 8개의 안타.
특히 2차전에서는 득점상황을 연결시켜주는 홍성흔의 안타, 해결사 역할을 한 강민호의 홈런과 손아섭의 안타가 있었다. 살아난 타격의 응집력이다. KIA와의 1, 2차전을 통해 홍성흔 전준우 강민호가 효율적인 타격을 했다. 물론 아직 완전치 않다. 그러나 부담감은 많이 덜었다. 중심타선의 부활 조건이 갖춰졌다는 의미. 가출했던 4월 타격이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심화된 주전경쟁
사실 롯데는 주전 라인업의 옵션이 그리 많지 않다. 실전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검증된 백업멤버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포수가 가장 심각하다. 그런데 KIA 1차전에서 마스크를 쓴 백업포수 김사훈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환상적인 송구로 이용규의 도루를 저지했다. 그리고 역전타를 쳤다. 그 와중에 많이 지쳤던 강민호는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며 2차전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좋은 흐름을 보였다.
KIA와의 두 경기에서 무려 6안타를 몰아친 박준서의 발견도 반갑다. 주전 2루수 조성환이 빠진 상황에서 공수의 능력을 두루갖춘 박준서의 깜짝 등장으로 롯데의 내야진은 더욱 탄탄해졌다. 여기에 수비력만큼은 걸출한 멀티 내야수 신본기까지 가세하며 경쟁체제가 성립됐다. 팀 입장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시스템. 이제 롯데는 실전 가용자원이 많아졌다. 심화된 주전경쟁을 통해 팀 전력 자체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상대팀에 따라 쓸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다. 부진에서 확실히 빠져나올 수 있는 세번째 청신호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