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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잠실구장. 두산 덕아웃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19일 잠실 LG전에서 0대4로 패하면서 어느새 4연패. 이달 초만 해도 1위를 달렸지만, 어느새 순위는 4위까지 떨어졌다.
김 감독: 왜 이제 왔어. 중계 맡은 날은 앞으로 좀 일찍일찍 내려와서 우리 애들 훈련도 봐주고 하면 좋잖아.
양 위원: (놀란 표정으로) 작년에는 훈련 때 내려와서 얘기도 많이 했는데, 싫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요즘엔 선수들한테 별 말 안 합니다.
김 감독: (손사래를 치며) 우리는 언제든 환영이야. 야구는 양 위원처럼 경험있는 사람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돼. 우리같이 매일 얼굴 맞대는 사람 얘기 듣는 거랑 다르다니까. 받아들이는 게 달라.
양 위원: 아, 감독님만 괜찮으시면 앞으로 빨리 내려와 있겠습니다. 근데 제가 말한다고 해도 야구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 감독: 그럼 정답이 없지. (크게 웃으며) 다른 선수들이면 정상폼 아닌데 그 폼이 양 위원 몸에는 딱 맞잖아.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외 다른 이의 조언이 중요한 이유를 꺼내놓았다. 18일 경기에서 LG 주키치를 철저하게 분석해 대비했지만, 8이닝 동안 1점을 얻어내는 데 그친 상황을 언급했다.
김 감독: 밤새 분석하고 해도 주키치 볼을 못 쳤어. 근데 최준석이 안타 하나 친 뒤에 다른 애들도 치기 시작하더라고. 준석이가 덕아웃에서 볼이 변화하기 전에 타석 앞으로 붙어서 치라는 말 한마디하고 확 변하더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꼭 일찍 내려와.
양 위원의 약속을 받아낸 뒤 김 감독은 덕아웃을 떠났다. 자칫 코칭스태프의 영역을 침범한다 여겨질 수도 있지만, 코치들과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선배들의 시선 역시 소중하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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