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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삼성 감독(49)이 2011년말 KIA 사령탑에 취임하자 영호남 야구의 라이벌 구도가 제대로 완성됐다. 광주 연고 KIA에 선 감독이 있다면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엔 류중일 감독(49)이 있다. 조범현 감독의 후임으로 해태(현 KIA) 시절 '무등산 폭격기'로 통했던 선 감독 이상의 적임자가 없었다. 당시 선 감독은 2010시즌을 끝으로 6년 동안 앉았던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삼성 운영위원으로 겉돌고 있었다. 이때 류중일 감독은 삼성의 초보사령탑으로 2011년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에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우승, 승승장구했다. 선 감독은 KIA의 사령탑 제의에 주저하지 않았다. 고향팀의 부활을 이끌기로 했다. 해태는 선 감독이 활약했던 80~90년대 총 9번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무시무시한 팀이었다. 특히 큰 경기에서 유독 약했던 삼성엔 더욱 그랬다.
두 감독이 삼성과 해태의 선수였을 때 두 팀의 경기는 다소 일방적일 때가 많았다. 해태는 큰 경기에 강했고, 삼성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해태가 2000년대 이전까지 9번 우승할 동안 삼성은 단 한 번(1985년) 정상에 올랐다.
그랬던 삼성은 2000년대 들어 KIA를 넘어섰다. 삼성이 지난해까지 4차례(2002년, 2005~2006년, 2011년) 우승할 동안 KIA는 2009년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삼성은 무적 해태를 이끌었던 김응룡(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과 선 감독을 통해 야구단의 색깔을 바꿔 놓았다. 경북고 출신으로 삼성의 원조 레전드인 류중일 감독은 두 전임 사령탑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색깔인 덕장의 리더십을 선수단에 가미, 더욱 강해졌다.
삼성은 이번 시즌 개막 이후 약 한달간 부진했다. 그래도 버틸 힘이 있었다. 바로 자타공인 최강의 마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삼성 투수진은 선 감독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손을 댔던 선수들이 다수다. 삼성 야구의 핵심인 '지키는 야구'가 당시 완성됐다.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은 류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해였다.
현재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보면 삼성이 KIA에 조금 앞선다. KIA는 투수 양현종, 타자 이범호 등이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삼성은 차우찬을 빼고는 전력 누수가 없는 상황이다.
'야구, 모른다'는 말 처럼 승부 예측은 전력만으로 내리기 어렵다. 특히 영호남 지역 라이벌전은 더욱 그렇다. 3연전의 선발 매치업부터 팽팽하다. 15일 첫 날 탈보트(삼성)-김진우(KIA)의 맞대결이 예고됐다. 그 다음은 고든(삼성)-서재응(KIA), 장원삼(삼성)-윤석민(KIA)이 차례로 마운드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섣불리 누가 3경기 중 2승 이상을 가져갈 지 예측하기 힘들다.
SUN(선동열) 대 야통(류중일), 영호남의 자존심이 걸렸다
14일 현재, 삼성은 28경기에서 13승14패1무(승률 4할8푼1리)로 공동 5위다. KIA는 26경기에서 11승13패2무(승률 4할5푼8리)로 7위. 팀타율과 평균자책점에서도 삼성(2할5푼, 3.75)이 KIA (2할4푼, 4.50)보다 약간 우위를 보였다.
류중일 감독은 "방망이만 조금 더 살아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은 KIA 뿐 아니라 어떤 팀과 맞붙어도 마운드 싸움에서 자신이 있다. KIA와의 3연전에 나갈 탈보트, 고든, 장원삼에 안지만 정현욱 권 혁 등이 버틴 중간 불펜 그리고 마무리 오승환까지 든든하다.
그렇다고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선 감독이 삼성에 호락호락 고개숙일 것 같지 않다. 윤석민 서재응 김진우가 결코 쉬운 선발 투수가 아니다. KIA는 중간과 마무리가 삼성 보다 약하지만 선발이 버텨준다면 타자들이 점수를 뽑을 힘을 갖고 있다. 선 감독은 KIA가 최근 두산에 2연패를 당했기 때문에 삼성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더 강한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