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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 감독 "고원준, 패기 없이 던지면 2군행"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5-13 11:25 | 최종수정 2012-05-13 11:25


11일 청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 고원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청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11/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가차 없이 2군행이다."

1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양승호 감독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양 감독은 "그냥 1패 한건데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했지만 11일 청주 한화전에서 악몽과 같았던 역전패를 당한 충격히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 보였다.

특히 양 감독은 선발로 나섰던 고원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럴만도 했다. 고원준은 타선이 초반 뽑아준 7점을 등에 업고도 5회 고동진에게 만루홈런을 내주는 등 5실점 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투수가 경기를 치르다 보면 만루홈런도 맞을 수 있고 실점도 할 수 있다. 양 감독이 지적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다. 고원준의 패기 없는 모습을 문제 삼았다. 4회까지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던 고원준은 5회 강동우, 한상훈, 장성호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 했고 최진행에게 볼넷을 내준 뒤 대타 고동진에게 통한의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양 감독은 "안타 한두개를 맞고 점수를 주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위기를 맞았는데도 젊은 투수가 힘을 다해 직구 승부를 하지 않고 슬슬 도망가는 피칭을 하더라"라며 혀를 찼다. 한 베테랑 선수도 "만루가 되는 순간, 다음 타석에서 큰 타구가 나올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속구 투수의 이미지로 이름을 알린 고원준은 지난해부터 갑자기 구속을 잃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보직 변경에 대한 핑계가 있었지만 올해는 온전히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다. '손가락 장난'으로 변화구를 던지며 맞혀잡는데 재미가 들린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양 감독도 "분명 '손가락 장난'을 하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 변하는 모습이 없다. 걱정이다"라고 할 정도다.

팀도 문제지만 젊은 고원준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산방송 이성득 해설위원은 "젊은 선수가 맞혀 잡는 법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부족해진다. 전력을 다 하지 않고도 마운드에서 쉽게 쉽게 타자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양 감독은 "한두번 더 선발 등판을 시켜보고 변하는 모습이 없다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선발 자리를 맡기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2군행도 검토해보겠다는 뜻이다.

이런 고원준에게 좋은 롤모델이 있다. 바로 팀 선배 이용훈이다. 이용훈은 올시즌 '새가슴'이라던 오명을 벗어던지고 공격적인 투구로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벌써 4승을 거뒀고 12일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6이닝 2실점의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최고구속 147㎞의 직구를 앞세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적극적으로 승부했다. 이용훈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눈물나는 노력이 뒷받침 됐다. 이용훈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고 밝혔다.

반면, 고원준은 지난해 활약을 바탕으로 올시즌 안정적으로 선발 한 자리를 따냈다. 22세의 고원준, 35세의 고참 이용훈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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