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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아 골프로 한판 붙자."
79학번 동기인 한 감독과 양 위원은 한참 야구얘기를 하던 중 한화 류현진의 특이한 행동을 목격했다. 한화 선수들의 훈련이 끝나고 연습구 수습을 도우러 나갔던 류현진이 배트를 들고 골프 퍼팅을 하듯 공을 모으는 장난을 친 것이다.
양 위원: 현진이는 골프를 오른손으로 치는 모양이네. (류현진은 좌완투수지만 골프와 배팅은 오른손잡이 스윙을 한다)
한 감독: 그러게. 참 희한해. 난 선수때부터 좌투우타를 하는 선수들을 보면 좀 신기하더라고.
이 때 한화 관계자가 지난해 야구인골프대회에서 괜찮은 실력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당시 골프를 배운 지 2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해 16오버파 88타로 현역 선수가운데 3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류현진이 연습구 정리를 마치고 덕아웃 앞을 지나가자 양 위원 류현진을 불러세웠다.
양 위원: 현진아, 언제 나하고 한번 붙어야지.
류현진: (짐짓 겁먹을 표정을 지으며) 어휴, 제가 어떻게….
양 위원: 골프 좀 친다면서? 내가 핸디 좀 줄게.
류현진은 핸디를 준다는 소리에 어린아이 마냥 귀가 솔짓한 표정이 됐다. 양 위원에게 슬슬 낚이기 시작한 것이다.
류현진: 그러시다면 한 20개 정도 주시면 몰라도….
양 위원: 좋다. 깔끔하게 홀당 1개씩 총 18개 줄테니. 언제 나랑 붙어보자.
류현진: (그 정도면 할 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콜∼, 좋아요.
이렇게 이들의 골프대결은 구두합의가 됐고, 류현진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 양 위원의 골프실력이 어떻게 되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양 위원: 77개 정도는 되는데….
평균타수가 77개라면 주말골퍼로는 세미프로에 가까운 엄청난 실력이다. 야구인골프대회에 류현진과 함께 출전해 류현진의 진짜 골프실력을 잘 아는 한 감독이 한 마디 거들었다.
한 감독: 아이고, 안돼∼. 현진이가 골프 배운 지 얼마 안돼서 홀당 핸디 1개로는 어림도 없을텐데….
양 위원은 벌써부터 승리를 자신한 표정이었고, 한 감독은 '고수' 양 위원의 낚시에 걸린 류현진이 불쌍하다는 표정이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