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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55번.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38)에게 너무나 익숙한 유니폼이다. 1993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입단 때부터 2003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시절 내내 마쓰이는 55번 박힌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들어갔다. 몇 차례 소속 팀이 바뀌었지만 지난 19년 간 등번호 55번은 변함이 없었다. 스즈키 이치로가 오릭스 시절 사용했던 51번을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후에도 쓰고 있고, 박찬호가 한화에서 61번을 달고, 김병현이 49번을 고집하는 것처럼 마쓰이에게 55번은 분신과 같다. 51번은 이치로가 켄 그리피 주니어와 함께 이치로가 가장 닮고 싶어했던 선배 마에다 도모노리가 히로시마 카프에서 처음 달았던 번호다. 이치로가 미국으로 떠난 후 오릭스 선수들은 아무도 51번을 달지 않았다.
하지만 마쓰이가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등록하면 55번을 달 수 없다. 탬파베이의 55번은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매트 무어(23)가 사용하고 있다. 무어는 마쓰이가 입단한 직후 등번호 이야기가 나오자 "55번이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등번호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55번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빅리그 탬파베이와 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 팀은 따로 운영된다. 당연히 선수들의 등번호도 다르다. 탬파베이가 마이너리그 캠프에 머물고 있는 마쓰이에게 잠정적으로 55번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마쓰이는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 뒤 탬파베이 산하 트리플 A 더럼에 합류할 예정이다. 더럼에는 등번호 55번이 비어 있어 마쓰이는 이 번호를 쓸 수 있다.
2002년까지 10년 간 통산 타율 3할4리, 332홈런, 889타점을 기록한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9시즌 동안 타율 2할8푼5리, 173홈런, 753타점을 마크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