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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게 4일 대구 삼성전은 중요했다. 3일 잠실 LG전에서 2년차 왼손투수 '7억팔' 유창식의 눈부신 호투(5⅔이닝 1실점)에 힘입어 승리한 뒤 맞은 경기. 이날 경기를 이겨야 축 처진 팀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상승세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한화는 아직까지 '류현진 원맨팀'이라는 오명을 달고 다닌다. 최근 박찬호가 호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구수와 이닝 소화력이 다소 떨어진다. 양 훈을 비롯해 안승민 김혁민 유창식 등 유망주에 머물러 있는 젊은 선수들이 터져줘야 한다. 류현진이 2일 잠실 LG전에서 5실점하며 무너졌기에 곧바로 나온 유창식-양 훈의 호투는 더욱 반갑다.
4일 경기는 투수전으로 흘러갔다. 양 훈은 1회말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좌익수 옆 2루타를 맞고 연이은 내야땅볼로 1실점했다. 하지만 이후 깔끔한 피칭이 이어졌다. 주자를 내보내도 후속타가 없었다. 8회까지 117개의 공을 던지면서 3안타 2볼넷만을 허용하며 1실점했다. 삼진은 5개나 잡아냈다.
양 훈은 가능성을 가진 좋은 유망주다. 1m92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는 마치 2층에서 공을 던지는 효과를 준다. 팔각도 역시 높다. 볼끝에 힘이 있는 이유다. 실제 이날 삼성타자들의 타구는 뻗어나가는 일이 없었다.
양 훈은 기복이 심한 게 단점이다. 이른바 긁히는 날엔 내리꽂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를 기본으로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두루 섞어 타자와 손쉽게 승부한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내리꽂는 효과가 반감된다.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타자가 치기 좋은 높이로 볼끝이 흩날리듯이 들어간다.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양 훈은 "삼성 상대 9연패는 몰랐다. 안 좋긴 했다"며 "팀 연승을 이어가는 승리여서 더욱 기분이 좋다. 포수 최승환 선배의 리드를 믿고 편하게 던졌고, 변화구 제구가 잘 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양훈이 8회까지 책임져주면서 한화 불펜 역시 휴식을 취하게 됐다. 한대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어제 불펜 소모가 많았는데 양 훈이 8회까지 좋은 피칭을 해 불펜을 세이브했다"며 기뻐했다. 불펜 난조로 무너진 삼성과 대비돼 남은 2연전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