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엽 우천세리머니 뒷얘기, 어깨가 아파도 팬이 먼저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5-02 08:06


1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질 예정인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됐다. 관중석에서 이승엽을 외치자 이승엽이 우천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36·삼성)은 우천 세리머니를 요구하는 팬들의 함성에 깜짝 놀랐다. 삼성 후배들도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로 잡아끌었다. 이승엽은 팀 최고참 진갑용(38·삼성)에 이어 나이순으로 넘버2다. 우선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이 우천 세리머니를 한다는 것이 부담됐다. 그리고 이승엽은 어깨가 마음에 걸렸다. 현재 이승엽의 왼쪽 어깨가 온전치 않기 때문이다. 미세한 통증을 참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이승엽은 "어깨 통증 때문에 타격 자세가 맘대로 안 된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대구 넥센전 훈련 때도 이승엽은 타격 훈련을 하다 어깨에 통증이 왔다. 배트를 돌린 뒤 '악' 소리와 함께 왼어깨를 감쌌다. 그때보다 지금은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경기를 쉴 정도는 아니지만 추가 부상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을 때가 많다. 또 이승엽의 현재 나이가 적지 않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할 때 지금 이승엽의 어깨가 덜컥 고장이라도 난다면 삼성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승엽은 우천 세리머니 요구에 웃으면서 거부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지만 이승엽은 경기장을 찾은 삼성팬들의 요청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이승엽은 국내 무대를 평정한 후 일본에서 8년을 뛰고 돌아온 한국 야구의 슈퍼스타다. 아무리 팬들과 후배들이 요구해도 자기 몸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어깨가 성하지 않을 경우 부상 우려가 있는 우천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게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자기 몸 보다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1일 대구구장에는 삼성-두산전을 관전하기 위해 8800여명의 팬들이 찾았다. 비가 내려 경기는 취소됐다. 그냥 돌아가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삼성 선수들이 우천 세리머니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승엽이 예정에도 없던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했다. 이승엽 같은 큰 스타가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우천 세리머니는 부상의 위험이 있다. 이승엽은 스파이크를 싣지 않고 했다. 이승엽 뒤에 세리머니를 한 박석민은 맨날로 나갔다가 1루 부근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이승엽의 체중은 90㎏을 넘어섰다. 어깨가 시원찮은 상황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은 아무리 마찰이 적은 비닐 위라지만 무리가 갈 수 있다.

스타도 결국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이승엽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의 어깨가 고장이 나면 이승엽은 팬들에게 호쾌한 홈런쇼를 보여줄 수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