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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4-4), 역전(10-8) 다시 동점(10-10) 그리고 끝내기(11-10) 안타까지 나왔다. 시범경기인데 연장전까지 가는 긴 3시간41분 동안의 혈전이었다. 삼성(17개)과 KIA(16개)는 합쳐서 33개의 안타를 쳤다. 주고 받은 점수만 21점. 영호남의 라이벌 삼성과 KIA는 첫 대결부터 피말리는 싸움을 했다. 1년 만에 적장이 돼 돌아온 선동열 KIA 감독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매운 맛을 보여주었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 류중일 감독도 패색이 짚었던 경기를 다시 뒤집는 무서운 뒷심으로 맞섰다. 2012시즌 야구판에서 벌어질 영호남의 자존심 싸움이 전쟁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이승엽(삼성)의 시범경기 2호 홈런까지 터져 경기장을 찾은 삼성팬들은 야구의 재미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선동열은 2004년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2010시즌 끝으로 감독에서 물러날때까지 7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감독으로 6년간 지휘봉을 잡으면서 2005년과 2006년 두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삼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김상수 배영섭 등이 선 감독 밑에서 성장했다. 국내 최강 불펜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과 마무리 오승환도 선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선 감독은 "이 팀(삼성)은 걱정할 게 뭐 있어. 이미 내가 있을 때 세대교체가 다 됐어"라며 "부상만 없으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나지 않겠어. 우리 팀도 하나씩 하나씩 고쳐서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선 감독에게 이제 삼성은 넘어야 할 산이다. 탄탄한 선발에 막강한 불펜 게다가 이승엽이 가세하면서 삼성은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이 없는 우승 후보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삼성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삼성은 이날 KIA를 연장전 끝에 11대1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KIA는 이번 시즌 삼성을 괴롭힐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KIA는 0-4로 끌려가던 5회초 공격에서 안치홍(1타점)과 나지완(3타점)의 적시타로 4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KIA는 5-8로 뒤진 9회초엔 볼넷 2개와 2루타 2방을 포함 4안타로 5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삼성은 9회말 우동균이 동점 적시타를 쳤고, 10회말엔 박석민의 끝내기 안타로 KIA를 제압했다.
패장 선동열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경기 초반 찬스를 잘 못 살렸는데 경기 막판 역전시키는 모습에 보여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첫 맞대결에서 혼이 난 류중일 감독은 "지는 경기였는데 9회말 2득점이 좋았다. 이게 야구다. 감독을 떠나서 참 재미있는 경기였다"면서 "올해 KIA와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왔다"고 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