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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라이벌 삼성 대 KIA, 첫판부터 33안타 혈투, 이게 야구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3-29 18:14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시범경기 기아와 삼성의 경기를 앞두고 기아 선동열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동점(4-4), 역전(10-8) 다시 동점(10-10) 그리고 끝내기(11-10) 안타까지 나왔다. 시범경기인데 연장전까지 가는 긴 3시간41분 동안의 혈전이었다. 삼성(17개)과 KIA(16개)는 합쳐서 33개의 안타를 쳤다. 주고 받은 점수만 21점. 영호남의 라이벌 삼성과 KIA는 첫 대결부터 피말리는 싸움을 했다. 1년 만에 적장이 돼 돌아온 선동열 KIA 감독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매운 맛을 보여주었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 류중일 감독도 패색이 짚었던 경기를 다시 뒤집는 무서운 뒷심으로 맞섰다. 2012시즌 야구판에서 벌어질 영호남의 자존심 싸움이 전쟁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이승엽(삼성)의 시범경기 2호 홈런까지 터져 경기장을 찾은 삼성팬들은 야구의 재미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은 2010시즌을 끝으로 광주 출신 선동열 감독과 결별했다. 대신 그 지휘봉을 경북고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 류중일 감독에게 넘겼다. 선 감독은 약 1년 간 삼성 운영위원으로 겉돌았다. 류 감독은 초보 지도자라는 우려를 보란듯이 날려버렸다. 2011년 국내 야구와 아시아시리즈를 평정했다. KIA가 호남 야구의 얼굴과 같은 선 감독을 버려두지 않았다.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선동열은 KIA 사령탑에 올라 삼성과 라이벌 구도의 그림을 완성했다. 선 감독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제 국내 프로야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볼거리가 성사됐다. 게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을 영입해 타선을 강화했다. 삼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우승후보 0순위다. 그런데 삼성의 내부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선동열의 KIA가 은근히 발목을 잡으려고 한다.

선 감독이 대구구장에 모처럼 나타났다. KIA 사령탑에 오르고 난 후 처음이다. 제2의 고향 삼성과 시범경기를 하러 왔다. 덩치가 산만한 그가 KIA를 대변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나타나자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있던 삼성 선수들 대부분이 훈련을 멈추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옛 감독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춘 것이다. 갑자기 삼성 덕아웃에서 류중일 감독이 잰걸음으로 나왔다. 모자를 벗어 예를 갖췄다. 류 감독은 선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다. 류 감독은 선배 감독인 선동열을 감독실로 모시고 들어가 약 20분 동안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선동열은 2004년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2010시즌 끝으로 감독에서 물러날때까지 7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감독으로 6년간 지휘봉을 잡으면서 2005년과 2006년 두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삼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김상수 배영섭 등이 선 감독 밑에서 성장했다. 국내 최강 불펜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과 마무리 오승환도 선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선 감독은 "이 팀(삼성)은 걱정할 게 뭐 있어. 이미 내가 있을 때 세대교체가 다 됐어"라며 "부상만 없으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나지 않겠어. 우리 팀도 하나씩 하나씩 고쳐서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선 감독에게 삼성은 정이 많이 든 팀이다. 지도자로서 첫 발을 디딘 팀이다. 또 시작과 함께 두 번이나 우승을 해 감독으로 빨리 자리를 잡았다. 무명에 가까웠던 최형우 등을 키워내기도 했다. 또 삼성을 세대교체시켜 놓고 물러났다. 일부에선 지난해 삼성의 우승에 선 감독이 다져놓은 발판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선 감독에게 이제 삼성은 넘어야 할 산이다. 탄탄한 선발에 막강한 불펜 게다가 이승엽이 가세하면서 삼성은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이 없는 우승 후보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삼성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삼성은 이날 KIA를 연장전 끝에 11대1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KIA는 이번 시즌 삼성을 괴롭힐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KIA는 0-4로 끌려가던 5회초 공격에서 안치홍(1타점)과 나지완(3타점)의 적시타로 4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KIA는 5-8로 뒤진 9회초엔 볼넷 2개와 2루타 2방을 포함 4안타로 5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삼성은 9회말 우동균이 동점 적시타를 쳤고, 10회말엔 박석민의 끝내기 안타로 KIA를 제압했다.

패장 선동열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경기 초반 찬스를 잘 못 살렸는데 경기 막판 역전시키는 모습에 보여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첫 맞대결에서 혼이 난 류중일 감독은 "지는 경기였는데 9회말 2득점이 좋았다. 이게 야구다. 감독을 떠나서 참 재미있는 경기였다"면서 "올해 KIA와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왔다"고 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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