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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선수-프런트 간 트레이드' 경영자 엡스타인의 가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2-22 17:47


지난 2004년 보스턴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무려 86년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준 테오 엡스타인 전 보스턴 단장. 그는 시카고 커브스의 '염소의 저주'를 풀기위해 커브스 사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양 구단 간 분란의 중심에 섰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테오 엡스타인(왼쪽 뒤)은 보스턴 단장 시절 김병현을 영입했던 주인공. 2004년 2월 플로리다 캠프에서 프랑코나 감독과 함께 불펜피칭을 하고 있는 김병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조병관기자
rainmaker@

메이저리그에서 경영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능력있는 경영자는 조직의 가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 입증된지 오래다. 영화 '머니볼'로 대중에 잘 알려진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능한 경영자가 때론 야구단의 핵심 자산인 선수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젊은 경영인 테오 엡스타인(39)을 둘러싼 시카고 커브스와 보스턴 간의 분쟁은 결국 '프런트-선수' 간 트레이드라는 희한한 결론으로 일단락됐다.

22일(이하 한국시간) ESPN은 스토브리그 내내 지속된 양측의 분쟁이 해결됐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지난해 10월, 커브스가 임기를 1년 남긴 보스턴 테오 엡스타인 단장을 사장으로 전격 스카우트하면서 빚어졌다. 능력있는 젊은 경영자를 빼앗긴 보스턴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1년의 임기가 남은 엡스타인 단장을 스카우트하는 대가로 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커브스 에이스 맷 가자에 이어 올스타 유격수 스탈린 카스트로까지 요구할 정도로 보스턴의 상실감은 컸다. 4개월 간 답보 상태에 빠지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양 구단 간 분쟁은 결국 커브스가 유망주 2명을 내주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커브스는 유망주 구원 투수 크리스 카펜터(26)와 또 한명의 선수(향후 결정)를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하는데 합의했다. 엡스타인 신임 사장에 대한 반대급부다.

이로써 시카고 커브스와 보스턴은 구단 프런트와 선수 간 트레이드라는 희귀한 사례를 남기게 됐다. 트레이드 당사자인 카펜터조차 "아마도 내 이름이 역사에 남게될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을 정도. 카펜터는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 10경기에서 2.79의 방어율을 기록한 유망주. 커브스 마이너리그 4시즌 동안 21승19패 3.62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보스턴 벤 체링턴 단장은 "그를 대학시절부터 마이너 시절까지 체크해왔다"며 영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커브스 제드 호이어 단장은 "선례가 거의 없는 딜(프런트-선수)이라 시간이 오래걸렸다. 양 구단 간 적개심은 없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기묘한 트레이드를 마무리지은데 대한 후련함을 표시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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