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을 향한 흥행 요소를 갖춘 한국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의 큰 파도를 넘을 수 있을까.
이번 파문은 국내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로야구에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관중 680만명을 넘긴 프로야구는 올해 메이저리거 박찬호(한화) 김병현(넥센)과 일본파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의 한국 복귀와 FA들의 많은 이동, 이만수(SK) 선동열(KIA) 김기태(LG) 김진욱(두산) 등 새 감독의 등장 등 많은 흥행요소를 갖춰 700만명 돌파에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번 승부조작 파문이 시즌전까지 계속되고 실제로 해당 선수가 나오게 된다면 이같은 최고의 호재들조차 무색해질 수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 2004년 병역비리로 인해 한차례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는 분석이다. 당시엔 관중이 300만명을 넘지 못하던 암흑기였다. 악재가 터졌지만 이듬해인 2005년엔 338만명을 동원하는 등 실제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팬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2배가 넘는 관중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어린이, 여성팬들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했고,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실망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팬 이탈로 연결될 수 있다는게 야구인들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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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와 프로배구는 승부조작 파문의 여파가 크지 않았다. 프로축구는 지난해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정작 관중은 늘었다.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총 관중 300만명을 넘어선 것. 프로배구도 마찬가지다. 승부조작 기사가 쏟아지던 지난 12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전이 열린 천안유관순체육관엔 6485명의 관중이 찾아 이번시즌 한경기 최다관중 신기록을 작성했다. 팬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상무 경기가 없어져 평균관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면 승부조작이 두 종목에선 왜 흥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프로축구나 배구는 보편적으로 많이 찾는 일반 팬들 보다는 확고부동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팬 층에서는 이탈 숫자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전북의 '닥공 축구' 등 흥행 요소가 많아 축구 마니아들에겐 재밌는 시즌이 됐기 때문에 관중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 배구도 역시 천안 등 연고지 팬들의 충성도가 높다.
프로야구 역시 마니아층은 두 종목 못지않게 두텁다. 그렇지만 마니아층을 제외한 '유동성 높은' 팬들이 축구나 배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높은 야구 인기에 편승해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흥행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는 팬층이 두텁다는 뜻이다. 이런 팬들은 외부자극에 등을 돌리기 쉽다. 외부 악재에 의한 흥행 탄력성이 축구와 배구 보다 야구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같은 이유로 일단 야구에서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흥행에 미치는 충격은 축구나 배구 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계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