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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앞세운 LG 진주캠프, '책임감'으로 가득차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1-15 18:02


진주에서 39명의 선수들을 이끌고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수석코치. 사진제공=LG트윈스

경남 진주 연암공대 구장에서는 LG의 마무리훈련이 한창 진행중이다.

총 39명의 '지옥훈련 자원자'들은 지난 5일 진주로 내려와 이달 말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스케줄은 5일 훈련 뒤 하루 휴식. 3일 또는 4일 스케줄로 진행되는 보통의 마무리훈련과는 다르다. 따뜻한 날씨가 더해져 벌써부터 스프링캠프 분위기까지 난다. 힘든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16일에는 모처럼 7이닝짜리 자체 청백전이 열렸다. 모두들 고된 훈련 속 3시간여의 연습경기가 마냥 즐거워보였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선수들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덕아웃에서는 쉴새없이 파이팅을 외쳐댔다. 청백전이 이처럼 과열양상으로 흐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는 팀에겐 혹독한 번외훈련이 걸려있었다.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연암공대 구장에서 숙소까지 5㎞ 가량을 버스 대신 뛰어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는 회색 원정유니폼을 입은 팀이 일방적으로 앞서갔다. 선발 등판한 왼손투수 양승진이 1회부터 6회까지 단 1실점하며 완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4-1로 앞선 7회말 마지막 수비. 양승진은 선두타자 김용의에게 번트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도루와 내야안타가 이어져 무사 1,3루, 결국 두번째 투수로 신재웅이 올라왔다. 신재웅은 이준명과 조윤준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4-3까지 추격당했다. 벌칙에 대한 부담이 컸던 걸까. 이어진 1사 만루서 오지환의 밀어내기 볼넷과 윤상균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4대5로 패했다. 경기 분위기는 포스트시즌 마냥 뜨거웠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홈팀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환호도 잠시 뿐이었다. 그라운드 한가운데 전원이 모여 경기를 복기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경기에서 진 원정팀의 7회초 공격을 지적했다. 무사 1,2루서 나온 내야땅볼 때 주자 2명이 모두 협살에 걸려 아웃된 장면이었다. 5-1로 달아날 수 있는 찬스에서 어이없는 주루 미스가 나온 것. 김 감독은 "수비 에러를 범하거나 홈런을 맞고, 삼진을 먹는 것은 괜찮다. 경기중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깨는 플레이는 절대 안된다"며 "오늘 이런 플레이가 나온 게 오히려 다행이다. 모두들 이에 대해 명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를 마친 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앞서 지적한 부분을 언급하며 "프로 선수로서 시합에서든 단체생활에서든 분위기를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선수들이 다 알아서 한다. 기특하다"며 웃었다. 사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일이든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은 군말없이 움직인다. 선수들은 2년 동안 적어도 한차례 이상 2군에서 김 감독을 경험했기에 그의 스타일을 잘 안다. 그는 캠프 첫날 선수단에게 긴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겨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을 테스트해봐라"라고만 말했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환 봉중근 정재복 등 고참급부터 조윤준 최성훈 등 신인들까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 한번 꺼내지 않았다. 아침 7시30분부터 진행되는 산책을 빙자한 아침 훈련도 자율이지만, 지금껏 빠진 선수는 없다. 김 감독은 "사실 이쯤되면 떨어져 나갈 선수들이 있는데 참 신기하다"며 "12월 훈련 금지규정은 꼭 지킨다. 그래서 마무리훈련 마지막 날 개인훈련 목표치를 줄 것이다. 그리고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인 1월10일 테스트를 거쳐 몸이 만들어진 선수만 캠프에 데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자율'을 말하는 김 감독에게 LG 선수단은 달라진 '책임감'으로 보답하고 있었다.


진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진주 마무리캠프서 수비훈련을 하고 있는 내야수 정병곤의 모습을 코치진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유지현 수비코치와 김무관 타격코치, 박종호 수비코치. 사진제공=LG트윈스

송구홍 코치가 야수들에게 주루훈련을 지도하기 전 상대투수의 견제동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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