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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연암공대 구장에서는 LG의 마무리훈련이 한창 진행중이다.
경기는 회색 원정유니폼을 입은 팀이 일방적으로 앞서갔다. 선발 등판한 왼손투수 양승진이 1회부터 6회까지 단 1실점하며 완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4-1로 앞선 7회말 마지막 수비. 양승진은 선두타자 김용의에게 번트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도루와 내야안타가 이어져 무사 1,3루, 결국 두번째 투수로 신재웅이 올라왔다. 신재웅은 이준명과 조윤준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4-3까지 추격당했다. 벌칙에 대한 부담이 컸던 걸까. 이어진 1사 만루서 오지환의 밀어내기 볼넷과 윤상균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4대5로 패했다. 경기 분위기는 포스트시즌 마냥 뜨거웠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홈팀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환호도 잠시 뿐이었다. 그라운드 한가운데 전원이 모여 경기를 복기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경기에서 진 원정팀의 7회초 공격을 지적했다. 무사 1,2루서 나온 내야땅볼 때 주자 2명이 모두 협살에 걸려 아웃된 장면이었다. 5-1로 달아날 수 있는 찬스에서 어이없는 주루 미스가 나온 것. 김 감독은 "수비 에러를 범하거나 홈런을 맞고, 삼진을 먹는 것은 괜찮다. 경기중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깨는 플레이는 절대 안된다"며 "오늘 이런 플레이가 나온 게 오히려 다행이다. 모두들 이에 대해 명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환 봉중근 정재복 등 고참급부터 조윤준 최성훈 등 신인들까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 한번 꺼내지 않았다. 아침 7시30분부터 진행되는 산책을 빙자한 아침 훈련도 자율이지만, 지금껏 빠진 선수는 없다. 김 감독은 "사실 이쯤되면 떨어져 나갈 선수들이 있는데 참 신기하다"며 "12월 훈련 금지규정은 꼭 지킨다. 그래서 마무리훈련 마지막 날 개인훈련 목표치를 줄 것이다. 그리고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인 1월10일 테스트를 거쳐 몸이 만들어진 선수만 캠프에 데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자율'을 말하는 김 감독에게 LG 선수단은 달라진 '책임감'으로 보답하고 있었다.
진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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