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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의 허허실실이 정규시즌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낼까.
그렇다고 선수들에겐 무거울까. 아니었다. 양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선수단 라커룸의 게시판에 "내일이 있다"는 다섯 글자를 쓰고 미팅없이 숙소로 들어갔다. 아쉽게 졌지만 싹 잊고 2차전만 생각하자는 의미였다. 2차전 경기를 앞두고는 라커룸 복도에서 강민호에게 장난도 거는 등 경기장 안과 밖에서의 행동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경기는 즐겨야 한다는 그의 소신이 그대로 들어간 행동이다. 시즌 전부터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져도 덕아웃에서는 웃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밝은 분위기에서 야구를 해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냉철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3차전서 보인 투수운용이 그랬다. 양 감독은 당초 3차전서 리드하고 있을 경우엔 사도스키 이후 부첵을 낼 생각이었다. 부첵이 구위가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3차전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었다. 만약 지는 상황에서는 부첵을 4차전 선발로 내정. 그러나 실제 상황은 애매했다. 6회말 사도스키를 강판시킬 때 0-1로 뒤지고 있었다. 만약 양 감독이 후반 타선을 믿으며 승리를 위해 확실한 카드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부첵을 기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양 감독은 부첵이 아닌 이재곤을 냈다. 지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평소대로 경기 운영을 했다.
그의 위트와 웃음엔 자신감이 배어있고 냉철한 판단력이 뒤에 숨어있다. 그는 그렇게 롯데를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았고, 이번엔 역전 한국시리즈행을 노린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