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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가 가장 좋아했던 한국음식 삼겹살 대신 곰장어에 소주를 이별주로 마셨다.
가르시아는 4일 롯데전을 마친 뒤 곧바로 귀향길에 올랐다. 당초 올시즌 끝까지 경기를 마무리하고 출국할 예정이었다.
4일 밤 부산 원정 숙소인 동래구 온천동 농심호텔로 돌아와 선수단과 늦은 저녁을 함께 하며 작별인사를 한 가르시아는 한국식 예의범절을 잊지 않았다.
때마침 비슷한 시각, 한화 구단의 정승진 사장은 노재덕 단장, 오성일 홍보팀장 등 구단 식구들과 농심호텔 근처 곰장어집에서 간단한 회식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부산 온천장 곰장어촌은 유명한 맛집 골목이다.
곰장어가 거의 익어가고, 소주 한 잔씩이 돌아갈 즈음 가르시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을 직접 뵙고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고 싶다"는 게 가르시아의 말이었다.
정 사장 등 한화 프런트는 살짝 난감했단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터라 호텔로 이동하기도 애매했고, 외국인에게 혐오스러워 보일 수 있는 곰장어를 굽고 있는 식당으로 오라고 하기에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분이 흘렀을까. 가르시아가 불쑥 곰장어집으로 들이닥쳤다. 통역으로부터 정 사장 일행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는 "호텔로 오시게 하는 것보다 먼저 찾아뵙는 게 예의"라며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가르시아는 정 사장이 자리를 권하자 정중하게 무릎 꿇어 안고는 소주를 한 잔 받았다. 이어 가르시아는 "팀이 5위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동참하지 못하게 돼 죄송하다"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한국음식을 가리지 않는 용병 가르시아에게는 뱀처럼 생긴 곰장어 역시 기피대상이 아니었다. 롯데 시절 자주 접해봤다며 소주 안주로 곰장어를 잘도 먹었단다.
정 사장 등과 주거니 받거니 소주 3잔 정도를 마신 가르시아는 "한화에서의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난다"며 짐을 챙기기 위해 구단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정 사장은 배냇저고리 등 유아용품 일체를 가르시아에게 출산선물로 안겨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