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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곰장어에 소주 이별주 마셨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0-05 12:56


화제의 용병 가르시아가 4일 롯데전을 끝으로 올시즌 야구팬들과 작별을 했다. 그의 고별식 자리는 변함없이 독특했다. 스포츠조선 DB


화제의 용병 카림 가르시아(36)는 이별도 가르시아다웠다.

그렇지 않아도 톡톡 튀는 플레이와 언행으로 올시즌 프로야구의 흥미를 더했던 가르시아가 한화 구단과 이별하는 순간까지 독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그가 가장 좋아했던 한국음식 삼겹살 대신 곰장어에 소주를 이별주로 마셨다.

가르시아는 4일 롯데전을 마친 뒤 곧바로 귀향길에 올랐다. 당초 올시즌 끝까지 경기를 마무리하고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월 중순 출산 예정인 아내가 조기출산 기미를 보이며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5일 출국으로 일정을 앞당기게 됐다.

4일 밤 부산 원정 숙소인 동래구 온천동 농심호텔로 돌아와 선수단과 늦은 저녁을 함께 하며 작별인사를 한 가르시아는 한국식 예의범절을 잊지 않았다.

때마침 비슷한 시각, 한화 구단의 정승진 사장은 노재덕 단장, 오성일 홍보팀장 등 구단 식구들과 농심호텔 근처 곰장어집에서 간단한 회식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부산 온천장 곰장어촌은 유명한 맛집 골목이다.


곰장어가 거의 익어가고, 소주 한 잔씩이 돌아갈 즈음 가르시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을 직접 뵙고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고 싶다"는 게 가르시아의 말이었다.

정 사장 등 한화 프런트는 살짝 난감했단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터라 호텔로 이동하기도 애매했고, 외국인에게 혐오스러워 보일 수 있는 곰장어를 굽고 있는 식당으로 오라고 하기에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분이 흘렀을까. 가르시아가 불쑥 곰장어집으로 들이닥쳤다. 통역으로부터 정 사장 일행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는 "호텔로 오시게 하는 것보다 먼저 찾아뵙는 게 예의"라며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가르시아는 정 사장이 자리를 권하자 정중하게 무릎 꿇어 안고는 소주를 한 잔 받았다. 이어 가르시아는 "팀이 5위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동참하지 못하게 돼 죄송하다"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한국음식을 가리지 않는 용병 가르시아에게는 뱀처럼 생긴 곰장어 역시 기피대상이 아니었다. 롯데 시절 자주 접해봤다며 소주 안주로 곰장어를 잘도 먹었단다.

정 사장 등과 주거니 받거니 소주 3잔 정도를 마신 가르시아는 "한화에서의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난다"며 짐을 챙기기 위해 구단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정 사장은 배냇저고리 등 유아용품 일체를 가르시아에게 출산선물로 안겨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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