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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양승호 감독은 당연히 장원준과 사도스키를 놓고 고민을 했다. 중요한 경기라 에이스 장원준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장원준은 이전까지 14승을 하며 팀내 최다승을 올렸고 올시즌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계속했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만약 장원준이 선발로 나가면 한화와의 3연전 첫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즉 장원준을 두산전에 냈다가 무너질 경우엔 한화와의 3연전의 첫날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인 사도스키가 무너질 때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초반에 무너질 경우엔 장원준을 대기시키기로 결정했다.
장원준 구원등판은 이미 예정된 일?
양 감독은 지난주 승부처로 꼽혔던 SK와의 3연전 마지막날인 22일 3-2의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서 장원준을 대기시켰다. 만약 7회말에 대량득점을 하지 않았다면 장원준은 8회초에 등판했을 터. 다행히 롯데가 대승을 하며 장원준의 구원등판은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이날은 등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회초에 잘던진 사도스키가 1회말 4점을 선물받고도 2회초에 갑자기 맞기 시작한 것. 사도스키가 윤석민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자 양 감독은 빨리 두산의 불을 꺼야한다고 생각해 곧바로 불펜에 있는 장원준에게 몸을 풀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도스키는 그동안 정수빈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도루실패로 한숨을 돌렸지만 김재호에게 또 2루타를 허용했다. 양 감독은 결국 2사후 이종욱 타석 때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서 연장 11회말 송승준을 올려 패하는 등 양 감독은 그동안 선발투수를 구원으로 등판시켜서 성공한 적이 없었지만 이날 다시한번 칼을 뽑았다.
4년만의 중간계투? 사실상 선발
장원준의 구원등판은 지난 2007년 9월 29일 대구 삼성전 이후 4년만의 일이다. 그만큼 낯선 일. 롯데 구원투수들이 타고 나오는 차도 처음 탔다.
장원준은 몸이 덜 풀렸는지 첫타자 이종욱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선발로 나섰을 때 항상 초반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장원준으로선 선발등판으로 치면 초반인셈. 그러나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의 경험으로 풀어나갔다. 2번 오재원을 2루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2회를 넘긴 장원준은 3회에도 1사 1,2루, 5회 무사 1루, 7회 2사 1,2루, 8회 무사 2루 등의 위기를 맞았지만 모두 범타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3㎞에 그쳤지만 제구가 좋았고, 130㎞대 중반의 슬라이더와 130㎞ 초반의 체인지업, 120㎞ 초반의 커브 등 구속이 다양한 구종으로 두산 타자들을 막아냈다.
3점차라 9회엔 마무리 김사율이 등판할 것이 예상됐지만 장원준은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장원준은 마지막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고 환하게 웃었다. 양 감독의 승부수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성공했다.
양 감독은 "장원준의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고 왼손타자가 있어 장원준으로 끝까지 밀어부쳤다"고 했다. 4년만에 기꺼이 구원등판에 나선 에이스가 팬들의 박수속에 동료들과 기뻐하도록하는 배려도 숨어있었다. 그리고 이 승리로 장원준은 15승을 거뒀다. 2005년 손민한(18승) 이후 6년만의 15승 투수의 탄생이다. 롯데의 좌완 투수로는 주형광 코치(96년·18승) 이후 두번째다.
장원준은 "어렸을 때 개인적인 우상인 주형광 코치님 이후 두번째 왼손투수 15승이라 개인적인 영광이다. 특히 오늘은 최동원 선배님의 영구결번이라 더 이겨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