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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시네마]김시진-한대화 감독의 숨바꼭질 코미디

기사입력 2011-09-30 18:26 | 최종수정 2011-09-30 18:26

[포토] 김시진-한대화
넥센 김시진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30일 목동구장에서는 넥센-한화전을 앞두고 한편의 코미디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넥센 김시진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의 숨바꼭질이다.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던 김 감독은 반대쪽 덕아웃에 한화 선수단이 도착하자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한화 덕아웃 가시면 한대화 감독한테 절대 인사하러 오지 말라고 전해주세요"라고 취재진에게 부탁까지 했다. 이달 초 대전 3연전때 '기'를 빼앗긴 아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한 감독은 8위 탈출을 위해 상승세를 걷고 있던 넥센의 기를 빼앗겠다며 김 감독을 만나고 온 뒤 올시즌 처음으로 스윕을 했다. 이 덕분에 한화는 탈꼴찌에 완전히 성공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김 감독으로서는 한 감독이 두려울 수 밖에. 아니나 다를까. 한 감독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보무당당히 넥센 덕아웃을 향해 걸어왔다.

김 감독: 아이고, 큰일났다. 저 인간 또 오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김 감독은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덕아웃 뒤쪽에 붙어 있는 출입문을 통해 감독실로 황급히 피했다.

한 감독: (덕아웃을 두리번거리며) 어? 금방 보였는데 어디가셨지?

기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을 피하셨다는 취재진의 얘기를 듣고 감독실을 습격한다. 그 사이 김 감독은 다른 문을 통해 그라운드로 돌아나와 한 감독을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터져나온 웃음 소리에 낌새를 알아차리고 감독실을 나온 한 감독에게 딱 걸렸다.

김 감독: 에이, 왜 자꾸 와? 너보다 늙은 나한테 뭘 뺏을 기가 있다고.

한 감독: 형님, 그 때 한 번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러셔.

김 감독: 그게 어디 한 번이냐? 못해도 두 번은 내 기를 빼앗아 갔잖아.


한 감독: 나도 좀 먹고 삽시다. 오늘이 마지막이요.

김 감독: 이왕 왔으니 담배나 한 개피 피고 가라.

한 감독을 이끌고 감독실로 들어간 김 감독은 10분 쯤 지났을까. 한 감독과 나란히 덕아웃으로 다시 나왔다.

한 감독: (몹시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김 감독님이 오늘 우리(한화) 5위 시켜준다는데?

한화는 이번 주말 넥센전에서 성공하면 5위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

김 감독: 쓸데없는 소리. 내가 미쳤냐? 저 번에는 내가 담배를 뺐겨서 그랬는데 오늘은 담배 안줬으니까 어림없어.

두 감독은 이날 돈독한 선-후배의 정을 보여줬지만 서로 질 수 없다는 물밑 신경전은 치열했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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