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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인포수 유강남, "아직 1군감 아냐, 많이 배울 것"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9-21 11:27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이토 인스트럭터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는 LG 포수들. 왼쪽에서 두번째(이토 인스트럭터 옆)가 신인 유강남. 스포츠조선DB

"아직 1군에서 뛸 실력은 아닙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LG 신인 유강남은 지난 18일부터 데뷔 첫 1군 생활을 하고 있다. 수많은 선수들이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만, 1군에서 하루도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게다가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정 시간 안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 곧바로 방출이라는 철퇴를 맞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유강남은 행복한 선수다. 하지만 운이 아닌, 재능과 노력으로 일군 결과다. LG는 그에게서 주전 포수로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발견했다. 올시즌 1라운드에서 지명한 중앙대 포수 조윤준과 함께 미래의 주전포수로 점찍어 놓은 상태다. 20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유강남은 "난 아직 1군에서 뛸 실력이 안된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1군에서 뛰는 걸 싫어할 선수는 없다. 그 역시 "1군과 2군은 경기장 분위기부터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다녀와서인지 선수단 분위기는 낯설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2011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50순위로 LG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마무리캠프 도중 합류하라는 호출을 받았다. 생갭다 움직임이 좋아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포함됐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9명 중 임찬규 김남석 유강남 만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유강남은 "캠프에 따라간 것도 영광이었다. 1군에 올라온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유강남은 시즌 초반 2군에서 김태군과 번갈아가며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기에 나설 수록 고졸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김태군이 1군으로 올라간 5월부터는 아예 2군 주전자리를 꿰찼다. 방망이 역시 나쁘지 않았다. LG 2군 멤버 중 홈런과 타점 2위에 올라있다. 그를 지도한 장광호 2군 배터리코치는 "사실 하위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 나설수록 늘어가는 게 눈에 띄었다. 특히 2루까지 송구 능력은 탁월하다. 게다가 홈플레이트에서 투수를 리드할 때의 움직임 역시 신인답지 않다. 차기 1군 선발감으로 준비시키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날도 유강남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포수 조인성이 7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양영동으로 바뀌면서 교체포수가 필요한 상황이 왔다. 유강남은 김태군과 함께 분주히 몸을 풀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보다 경험이 많은 김태군이었다.

실망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경험 자체가 그에겐 소중했다. 유강남은 "난 아직 배울 게 많다. 앞으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해 좋은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입단 전 프로와 대학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했다. 하위 라운드에 지명됐고, 포수의 경우 경험이 없는 고졸 신인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유강남은 남자답게 부딪히기로 했다. 그는 "4년 뒤에도 프로의 부름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빨리 들어와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시즌 전 닮고 싶은 선수를 물었을 때 LG에서 신인왕을 탔던 김동수 현 넥센 배터리코치를 롤모델로 꼽았던 그다. 김 코치는 90년대 LG의 중흥기를 이끈 명포수다. 유강남은 넥센의 훈련이 시작되자 그라운드로 나온 김 코치에게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바람대로 김 코치같은 명포수가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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