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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투-타의 전설 최동원-장효조가 일주일새 나란히 세상과 이별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레전드다웠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레전드의 자존심은 죽음 앞에서도 꼿꼿하게 살아있었다.
14일 유명을 달리한 한화 최동원 전 2군 감독도 그랬다. 강원도 산속에서 요양을 하면서도 병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싫어했다. 지난 7월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레전드 리매치 경남고 VS 군산상고'의 경기를 앞두고 스포츠조선 기자를 만났지만, "아프다고 쓰지 말아달라"며 부탁에 부탁을 거듭했다.
그라운드를 호령했던 두 레전드에게는 자신들의 약해진 모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생명과 다름없는 자존심에 커다란 흠집이 나는 일이었다.
SK 김성근 전 감독은 14일 아침 최 전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듣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둘은 비운의 스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너무나 엄격한 '독종'들이었다. 장 전 감독과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던 SK 이만수 감독은 "타격 자질을 타고났지만, 독하게 훈련했다. 한마디로 그는 노력하는 천재였다. 때문에 타격에 관한한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나도 양준혁도, 이승엽도 따라갈 수 없는 타격 테크닉"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성근 전 감독은 "마운드에서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승부사였다. 스스로의 싸움에서 항상 이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강한 훈련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때문에 넘치는 자신감으로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항상 윽박질렀다. 김 전 감독은 "최동원의 가장 큰 강점은 공격적인 피칭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철저한 프로의식은 마운드에서 아낌없이 드러났다. 마운드에 오른 순간부터 전력을 다해 피칭했다. 김 전 감독은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 쓴 투수였다. 역동적인 피칭을 했지만, 자신에 가장 적합한 폼이었다. 때문에 선동열 전 감독보다 연투능력에서는 더 뛰어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둘은 선수생활을 더 오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선수 기용의 시스템이 좋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불합리한 부분도 많았다. 그런 변수들에 대해 피하지 않고 맞섰다"고 말했다.
그들은 현역 시절 자존심 하나로 전설을 썼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자존심만큼은 움켜쥐고 버텼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