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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일본 고치현, 김성근 감독 없어도 SK 캠프 와주세요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1-08-22 12:48 | 최종수정 2011-08-22 12:49


지난 17일 SK 김성근 전 감독의 사의 발표, 그리고 다음날 경질 사태를 접하고 일본의 한 지역이 큰 충격을 받았다. 김성근 전 감독 취임 이후 SK의 전지훈련 장소가 된 고치현이다.

김 전 감독 경질 소식을 일본 언론들은 전하지 않았지만 고치 사람들에게는 이 뉴스가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고치현 SK 팬 클럽 발기인이기도 한 니시모리 시오조 현의회 의원은 이 소식을 듣고 "유감의 극한이다"라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또 김 전 감독을 고치현 관광 특사로 임명했던 고치현 관광진흥부도 "사임은 너무 유감스럽다"며 "야구 뿐만 아니라 관광 홍보로도 도움을 받아 감사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고치현은 예전에 한큐(현 오릭스), 세이부, 다이에(현 소프트뱅크) 등 많은 일본프로야구단이 스프링캠프를 실시한 장소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층 더 온난한 기후를 원하는 구단들이 규슈, 오키나와 지방으로 캠프를 옮겼다. 47년 동안 고치현 아키시에서 캠프를 차렸던 한신도 내년부터 1군캠프를 고치현에서 오키나와현으로 이전한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감독이 SK와 결별하면서 고치현 관계자들은 "SK마저 고치를 떠나는 게 아닐까"하고 크게 걱정하고 있다.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이 SK가 숙소로 쓰는 호텔이다. SK는 스프링캠프와 가을 마무리캠프를 합쳐 약 3개월간 고치에 머물렀다. 1년의 4분의1을 이용한 고객을 잃게 되면 "엄청난 쇼크"라고 담당자는 난감해했다.

지역 전체가 김 전 감독의 열성팬이 된 고치. 4년이라는 세월동안 감독 뿐만 아니라 SK 구단에 대한 깊은 애정도 생겼다. 니시모리 의원은 "지금까지 SK 구단과는 사장님을 위시해 좋은 관계를 형성해 왔다. 감독이 그만둔 것은 유감이지만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빨리 한국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고치현 관광진흥부는 "고치현민에게 SK는 '우리 팀'으로 인식돼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캠프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취재한 고치 사람들은 감독 경질 소식을 당일 바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SK에 관해 지역 주민들 간에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치현 SK 팬클럽 사무국원인 40대 여성은 "지역 사람들은 김 전 감독에 대한 애정은 물론 격려회 등을 통해서 SK의 코치나 선수들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그러니 SK는 앞으로도 고치에서 캠프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SK가 사용해온 고치현 야구장에 대해서는 "아직 SK 쪽에서 가을 마무리캠프 이용에 관해 연락이 온 것은 없지만, 요청이 오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현재 조명탑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이 떠나서 마음 아프지만, SK만은 떠나지 마세요.' 고치현에서 들려오는 절실한 목소리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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