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에는 '철가면'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스타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2002년 LG를 시작으로 8년간 한국에서 투수코치로 활동중인 SK 가토 하지메 투수코치(62세)다.
한 40대 남성 팬은 "대단한 경력을 가졌는데도 그걸 자랑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가토 코치는 니시테쓰(현 세이부)와 요미우리에서 프로 19년 동안 통산 141승을 올렸으며 1976년에는 노히트노런도 달성한 대투수였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경력을 믿고 교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역 시절)팀을 연패 위기에서 탈출시킨 활약을 했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한 팬의 말에 "그렇습니까?"라며 마치 남의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런 가토 코치가 현역 시절 단 한가지 자신을 가졌던 분야가 있었다고 한다. 투수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타격을 자랑으로 삼았다. "퍼시픽과 센트럴 양 리그에서 홈런을 친 적이 있습니다. 그 기록을 달성한 투수는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라고 웃어 보였다.
자기 자랑은 좀처럼 하지 않는 가토 코치지만 제자들에 관해 말을 할 때는 힘이 들어갔다. 식사를 했던 8월6일 경기서 SK는 KIA에 3대0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엄정욱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했다. 가토 코치는 "수술을 받고 이전 처럼 빠른 직구는 던질 수 없지만 이겨서 다행이다"고 엄정욱을 칭찬했다.
한국 투수들의 과제에 대해서는 "마운드로부터 스트라이크존 까지 대각선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공의 힘으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볼 배합을 생각할줄 알아야 한다"며 부단한 노력을 요구했다. 이 말을 들은 60대 남성은 "이전부터 노력파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 인상대로였습니다"라고 이번 모임을 되돌아 보았다.
"사실은 최근 스트레스가 심해 잠자리에 들어도 오래 자지 못하고 금세 깨버린다"고 하는 가토 코치. 이 말 한 마디로 투수코치가 얼마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자리인지 참가자들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팬들은 "파이팅!" 이라고 가토 코치에게 강력한 메세지를 보냈고, 가토 코치는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보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